고용한파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9개월 연속 고용이 감소해 2009년 금융위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사람도 역대 최대로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엉뚱한 국제 통계를 가져와 "국제비교시 우리 고용상황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평가해 긍정적인 면을 억지로 부각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취업자 감소폭은 8월 27만4000명, 9월 39만2000명, 10월 42만1000명 등으로 확대되다가 지난달 일시적으로 축소됐다. 지난 10월 12일 사회적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일시적으로 고용이 되살아났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반면, 지난달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거리두기 단계 격상은 이번 통계에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 11월 중순 이후 차례로 단계 격상이 되면서 이번 고용동향 조사 대상기간과 거의 겹치지 않아서다.
지난달 고용률은 60.7%였다. 작년 같은 달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인구는 235만3000명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11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공공행정·국방및사회보장행정 취업자 수가 15만2000명 증가했다. 증가율은 13.6%에 달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도 11만4000명 늘어 5.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정부가 주로 노인들에게 공급하는 직접 일자리가 취업자 감소폭 완화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도 고용난이 더욱 악화 추세다. 취업자 감소폭이 10월 9만8000명에 이어 11월 11만3000명으로 확대됐다. 숙박·음식점업(-16만1000명), 도소매업(-16만6000명) 등은 대면 서비스 위주여서 코로나19 충격에 특히 취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임금근로자를 뜻하는 상용근로자는 전년 동월 대비 3만8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달보다는 소폭 증가했지만 외환위기 때인 1999년 12월(-5만6000명) 이후 약 20년만에 가장 작은 증가폭이다. 실업자는 96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1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3%포인트 늘어난 3.4%였다.
녹실회의에서는 한국의 11월 기준 취업자 증감률 -1.0%가 독일(-1.3%), 일본(-1.4%), 영국(-2.6%), 미국(-6.0%) 등보다 양호하다는 점이 언급됐다. 이는 고용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보다 상황이 좋거나 비슷한 네덜란드(-0.5%)와 호주(-1.0%)의 사례는 언급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다른 국가의 통계는 지난달이 아닌 지난 10월의 통계였다는 점이다. 10월 기준 한국의 취업자 증감률은 -1.5%였다. 네덜란드, 호주는 물론이고 한국보다 고용상황이 좋지 않은 국가로 제시된 독일과 일본보다 더 감소 폭이 컸다. '국제 비교시 우리 고용상황은 상대적으로 악화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입맛에 맞는 통계를 자의적으로 가져와 엉뚱한 평가를 내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별·연령별 비교가 아닌 단순 총량만으로 비교해 일자리의 질 측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사회적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고려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긍정평가보다는 위기 대응이 강조됐어야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의 코로나19 재확산이 12월 고용지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고용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참석자들이 인식을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