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직'의 역사…朴정부 1개월 이어 文정부서도 2개월

입력 2020-12-16 11:35   수정 2020-12-16 12:17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헌정사상 초유의 2개월 정직이라는 징계가 내려졌다.

정한중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는 16일 새벽 "해임부터 정직 2개월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법률에 따라 과반수가 될 때까지 논의하느라 시간이 길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양정에 대해서 국민들의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다.

검사징계법상 감봉 이상의 징계는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재가한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의 정직은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에 달렸다. 윤 총장은 징계위 발표 이후 평소와 다름없이 대검찰청으로 출근했으며 대통령의 재가가 있기 전까지 업무를 본다는 방침을 알렸다.

윤 총장 특별변호인 이완규 변호사는 이날 오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과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면서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 잡겠다"고 법적 조치에 들어갈 것임을 강조했다.

윤 총장이 '정직' 처분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총장의 첫번째 징계는 2013년 10월 국가정보원 정치·대선개입 수사팀장 시절 받은 정직 1개월이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는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뒤흔드는 ‘불법 대선 의혹’이었다는 점에서 윤 총장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 계기가 됐다.

2013년 당시 검찰은 윤석열을 팀장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댓글 진상 규명에 나섰으나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 논란으로 사퇴하면서 외압을 막아 줄 ‘방패막이’가 사라졌다.

당시 특별수사팀장이던 그는 같은 해 10월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받은 적이 있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검찰 수뇌부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반대했음을 당사자 면전에서 폭로한 것이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이를 ‘항명’, ‘하극상’이라며 비판했다

국정원은 당시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에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검찰 댓글 특별수사팀의 인적 구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상당수를 교체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보고서에는 균형적인 정무감각이 부족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 특수통 검사들이 주도하면서 댓글 수사가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주요 인사 계기 등이 있을 때 이들을 수사팀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2013년 10월 상부 불허를 우려해 윗선 보고 없이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추가 기소했지만, 이후 수사에서 전격 배제되고 지방 고검을 전전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2014년부터 3년 가까이 지방을 떠돌다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발탁돼 수사 일선에 복귀했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의 발언도 두고두고 회자됐다. 당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트위터에 이를 인용하며 칭송했을 정도다.

그로부터 7년 뒤 윤 총장은 추미애 장관이 징계 사유로 든 6가지 항목 중 4가지인 법관사찰, 채널a 사건 감찰방해 밎 수사방해, 정치적 중립의무 훼손 등에 해당한다며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다.

진 교수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의 결정에 "권력이 마음을 먹으면 검찰총장도 저렇게 누명을 씌워 보낼 수가 있다"면서 "그러니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사태로 권력자의 자의성 앞에서는 헌법도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원래 헌법을 수호하는 게 대통령의 임무인데, 대통령이 나서서 헌정을 파괴하고 있으니. 원래 대통령감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비서에서 그치는 게 좋았을 것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총장은 지난 국감에서 "전 정부가 적폐정권이라면 현 정권은 나아졌느냐"라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1월 이후 좀 많이 노골적인 인사가 있었다"면서 "힘 있는 사람에 대한 수사는 여러가지 불이익 각오하는 게 맞긴 한데 이게 제도화되면 힘있는 수사에 누구도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우려가 된다"고 외압을 비판한 바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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