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대형 기관투자가가 한국 치킨산업의 성장성에 베팅했다. 투자 대상은 ‘뿌링클’ ‘마초킹’ 등으로 유명한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bhc 등 외식 브랜드를 보유한 bhc그룹이다. 이번 투자 유치 과정에서 bhc그룹의 기업가치는 2년 전보다 세 배 가까이로 오른 약 1조8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글로벌 연기금이 한국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교직원연금은 국내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SSF)와 손잡고 bhc그룹의 새 투자자로 참여하기로 하면서 출자지분 매매를 위한 계약(SPA)을 맺었다. 온타리오교직원연금의 투자 규모는 약 3000억원이다. 전체 거래 규모는 1조8000억원에 달한다. 기존 투자자인 MBK와 박현종 bhc그룹 회장도 이번 거래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BHC그룹 지분 100%를 보유했던 기존 특수목적법인(SPC) 글로벌레스토랑그룹 GRG)는 MBK파트너스, 박현종 BHC그룹 회장과 함께 캐나다온타리오연기금 등 새로운 투자자가 참여하는 새 SPC로 교체될 예정이다. 박 회장이 2018년12월 MBK파트너스, 엘리베이션 PE 등과 함께 BHC그룹을 6800억원에 인수하면서 GRG를 설립한 지 2년 만이다. MBK파트너스와 박 회장 등은 새 펀드에 약 9650억원을 출자하고, 나머지 8500억원은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BHC그룹이 2년 만에 기업가치가 3배 가까이 오른 점도 눈길을 끈다. 전문경영인 박 회장이 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한 덕분이다. BHC그룹은 국내 2위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HC를 중심으로 소고기 전문식당 창고43, 큰맘할매순대국, 그램그램, 불소식당 등 5개의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원래 또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제너시스 BBQ 그룹의 자회사였다가 2013년 미국계 PEF 로하틴그룹에 매각됐다. 삼성전자 출신인 박 회장은 BBQ를 거쳐 BHC의 새 전문경영자(CEO)로 영입된 인사다. 그는 업계 10위권이던 BHC를 4년 만에 2위로 끌어올리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자 박 회장은 2018년 MBK, 엘리베이션 PE와 함께 직접 경영권을 인수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MBO 거래로 주목을 받았다.
BHC는 신메뉴 개발과 물류 효율화에 집중했다. BHC가 출시한 '뿌링클', '마초킹' 등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10~20대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치즈볼 등 사이드 메뉴를 다양화한 점도 매출을 높인 주요 요인이다.
올해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MBK와 박 회장이 인수하기 전인 2017년 보다 영업이익이 2배 가까이 올랐다. 2017년 매출 3300억원, EBITDA 850억원 수준에서 올해는 매출 4500억원, EBITDA 1400억원까지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업체 교촌, BBQ와 비교해 매출은 비슷하거나 적은 수준이지만 현금흐름창출력을 보여주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수도 2017년 1450여개에서 지난해 1500여개까지 늘었다. BBQ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BHC에 또 한번 베팅한 MBK파트너스 역시 국내 배달음식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BHC그룹의 성장성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국내 배달음식 시장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국내 배달음식 시장은 2015년까지만 해도 12조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22조원까지 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내 치킨 시장은 4조원 규모에서 올해 8조원까지 커졌다. 연평균 10%에 이르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IB업계에서도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거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통상 프랜차이즈 업체 거래는 PEF의 무덤으로 불리곤 했지만 치킨 업체만큼은 예외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치킨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외식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매년 멈출줄 모르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국내 PEF 큐캐피탈은 최근 코스톤아시아와 함께 노랑통닭을 인수했다. 큐캐피탈은 지난해에는 BBQ에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교촌에프앤비는 올해 각종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코스피시장에 입성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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