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한다.
1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EC)는 최근 '디지털 시장법과 '디지털 서비스법' 초안을 제안했다. EC가 제안한 법안은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를 통과해야 비로소 법률로써 성격을 갖는다.
디지털 시장법은 불공정 관행을 금지하고 인수나 합병 계획을 EU 당국에 알리도록 하는 등의 규정을 담는다. 또 디지털 문지기(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경쟁 방해 행위, 비즈니스 사용자로부터 얻은 데이터의 무분별한 사용 등도 제한된다.
디지털 서비스법은 온라인 중개 사업자들에 불법적인 콘텐츠에 대해 강화된 대응을 요구한다. 해당 기업은 기본권을 침해하고 선거, 공중보건 등에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적 시도 등 플랫폼 악용이나 불법 콘텐츠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반독점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C 부위원장은 "두 법안은 안전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공통 목표를 갖고 있다"며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소비자는 안전하게 서비스를 이용하고, 사업자는 자유롭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법안은 위반 업체에 대해 전 세계 매출의 6%(디지털 서비스법), 혹은 10%(디지털 시장법)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CNN 방송은 "불법 콘텐츠의 확산을 삭제하거나 확산을 제한하지 않는 등 규정을 어긴 IT기업들이 벌금 철퇴를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CNN에 따르면 규정을 두 번 이상 어기면 플랫폼이 일시 중지되며, 규정을 계속해서 어길 경우 특정 사업에 대한 매각 명령까지 내려질 수도 있다.
해당 기업들은 플랫폼에 있는 정치 광고의 세부 내용도 보이도록 해야 한다. 이는 소위 게이트키퍼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EU 집행위는 게이트키퍼를 EU 단일 시장에 대한 큰 영향력을 갖고 기업 이용자들이 소비자에 닿기 위한 중요 관문 역할을 하는 플랫폼 등으로 규정했다.
기업별로 보면 구글과 아마존 등이 관행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서비스 우대 조치가 제재 대상이 될 전망이다. 또 사전 탑재된 앱을 제거하지 못하도록 한 애플의 정책 역시 디지털시장법 위반에 해당된다.
AFP는 "좀더 강력한 규제의 대상이 될 기업으로는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스냅챗 등 미국 업체와 삼성전자,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네덜란드의 부킹닷컴"이라고 보도했다.
EU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두 개 법안이 시행될 경우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은 직접 영향을 받게 되서다.
트위터는 이날 성명을 통해 "법안 제안 문건을 검토한 뒤 EC를 비롯해 업계, 시민사회 들과 협의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구글도 "향후 EC 제안을 세심하게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이 제안이 소수의 기업을 구체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밝혔다.
다만 EC의 이번 제안이 법안으로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C가 제안한 법안은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를 통과해야 해서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두 기관 통과 절차를 완료한 뒤에는 유럽연합 공보에 공식 발표된 뒤 각국 사정에 맞게 입법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업계는 통상적으로 이 과정에만 2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2018년부터 시행된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은 법안 제안부터 최종 확정 때까지 4년이 걸린 바 있다. 로이터는 "최종 초안이 나오는 데는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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