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업기술 발전을 선도해온 인재들이 ‘2020년 산업기술 유공자’로 16일 선정됐다. 메모리 반도체부터 무선통신 장비에 이르기까지 한국 산업기술의 면면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하는 인재들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주관한 포상식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올해 기술진흥 유공자는 산업훈장 2명과 산업포장 2명, 대통령 표창 4명, 국무총리 표창 4명, 산업부 장관상 20명 등 모두 32명이다.
올해 산업훈장은 모두 반도체 분야 종사자에게 수여됐다. 가장 큰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은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이 받았다. 최 사장은 3차원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개발과 양산 과정에 큰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D램에 이어 낸드 분야에서도 세계 선두로 올라서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최 사장은 한국 반도체 업계가 사활을 걸고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14㎚(1㎚=10억분의 1m) 이하 미세공정을 진전시켰다. 최근까지 삼성전자 제조기술센터장을 맡아 일본과의 무역 갈등 과정에서 수입이 중단된 고순도 불화수소 및 포토레지스터의 국산화를 주도한 점도 인정됐다.
동탑산업훈장은 유장동 에프에스티 대표가 받았다. 미세 공정 과정에서 반도체를 보호하는 박막인 펠리클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공로가 인정됐다. 가공 후 벗겨내기 쉬운 수용성 접착제가 적용된 펠리클을 개발한 것은 에프에스티가 최초다. 또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 열을 제어하는 칠러를 개발해 반도체 생산 라인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도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됐다.
산업포장은 임기빈 현대차 상무와 이성준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장이 수상했다. 임 상무는 1990년 현대차 자동변속기설계팀 근무를 시작으로 지난해 변속기개발실장까지 30년간 변속기 분야에서 한우물을 팠다. 이 과정에서 전륜 6속 자동변속기, 전륜 대형 8속 더블클러치 변속기 등 모든 변속기를 국산화했다. 이에 따른 수입 대체효과는 연 800만 대에 이른다. 현대차의 비용이 절감된 것은 물론이고 국내 250여 개 협력업체에서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했다.
이 원장은 차량 연비를 높이는 고급 기유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 자동차용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해 탄소 배출 저감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폴더블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투명 고강도 필름 소재도 개발했다.
대통령 표창은 초고압 절삭을 위한 각종 소재를 개발한 한경렬 에디코 대표, 폴리이미드 필름의 세계 최초 개발 및 양산에 성공한 정학기 코오롱인더스트리 수석연구원, 대중교통 자동징수 시스템을 개발한 이인홍 에이텍에이피 대표, 통신용 초소형 필터를 개발한 박남신 케이엠더블유 부사장 등에게 돌아갔다.
380억원 규모의 국산 신약개발에 기여한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조합 전무, 폐플라스틱을 건축용 자재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한 김명기 그린폴 대표, 국내 최초로 직류 기반 선박용 발전원을 내놓은 김상현 한국조선해양 책임연구원, 96단 4차원 낸드를 개발한 최익수 SK하이닉스 팀장은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신동원 한샘 부장 등 20명은 산업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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