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수 노블코믹스 대표(사진)의 말이다. 노블코믹스는 카카오의 콘텐츠 분야 자회사 카카오페이지의 사내독립기업(CIC)이다. 그는 노블코믹스에서 웹소설을 웹툰과 드라마 영상, 애니메이션 등 여러 분야의 콘텐츠로 가공하는 업무를 총괄한다.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웹툰 ‘사내 맞선’ ‘나 혼자만 레벨업’ ‘황제의 외동딸’ 등이 대표작이다. 카카오페이지의 히트 웹소설 ‘달빛조각사’ 게임화 과정에도 참여했다.
판교의 사무실에서 만난 황 대표는 “웹소설이 웹툰으로 매끄럽게 잘 나와야 영상 콘텐츠로도 성공할 수 있다”며 “작품 속 캐릭터가 그만큼 강렬하고 생생해서 어떤 콘텐츠로 변환해도 무리가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웹콘텐츠 소비자의 절대다수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이용하고, 조금만 재미없다 싶으면 다른 작품으로 금방 갈아탄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뭘까. ‘핵사이다’라고 그는 꼽았다. 고민과 불만을 사이다처럼 속시원하게 뚫어주는 캐릭터가 독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준다는 의미다. “웹콘텐츠의 주연급 캐릭터가 고구마 100개 먹은 것처럼 답답하면 외면받습니다. 독자들은 어떤 문제가 나와도 화끈하게 해결하는 남녀 주인공을 선호하죠.”
웹소설과 웹툰 작가 지망생들에겐 “처음부터 전업 작가가 되려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사회생활의 경험이 있어야 캐릭터의 보편성과 실감나는 스토리를 함께 만들어낼 수 있어서다. 그는 “회사 내에서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오면 작가의 경력과 관계없이 확실하게 밀어주고 원작자의 의도를 가급적 훼손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며 “카카오페이지의 단독 오리지널 작품 IP(지식재산권) 확보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페이지는 미국 디지털 만화 플랫폼 ‘타파스’, 일본의 ‘픽코마’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에 따르면 타파스는 미국 만화 앱 중 매출 3위다. 픽코마는 일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 확대도 추진 중이다. 황 대표는 “한국 작품들이 인기를 끄는 요인은 성장형 서사”라며 “현실에서 찌질하게 살았던 인물이 환생이나 타임슬립과 같은 우연한 기회를 얻어 해당 세계관 내에서 ‘완벽한 능력자’가 되는 스토리”라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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