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법조인 출신과 경제계 출신 의원 상당수는 “위헌 소지가 있거나 기본적인 법률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 ‘죄에 대한 책임이 없으면 형벌도 받지 않는다’는 책임주의 원칙이 대표적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 법안은 경영진의 사고 방지 의무가 명확하지 않아 일단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회사 이사진에게 곧바로 형사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소관 상임위(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사견을 전제로 “죄책 사유가 없으면 지극히 예외적으로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상임위에서 법안 심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법률 조항은 없애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법 조항들을 전부 걸러내면 중대재해 발생 시 CEO와 이사진, 담당 부처 공무원에게 포괄적으로 책임을 지운다는 법의 실효성이 사라진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국민의힘이 막을 수 있는 대책도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국민의힘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법사위 소속 의원들과 보좌진은 “복잡한 정책 현안은 당 지도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해 달라”는 불만도 쏟아내고 있다. 김도읍 의원실은 최근 당 소속 전문위원과 정책국 등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 등을 정리해 보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은 지인들에게 “당 지도부가 소관 상임위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고 법안에 찬성하면 어떡하냐”는 불만을 토로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기업규제 3법, 임대차 3법 등 주요 경제 현안에서 당 지도부가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진의원은 “복잡한 정치, 경제 현안에 대해 정책조정위와 정책국이 건설적인 대안을 선제적으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주요 현안에 대해 내부 의견을 듣지 않고 당의 방침부터 정하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도 문제라는 얘기가 있다. 기업규제 3법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에도 김 위원장은 평소 소신에 따라 법안에 찬성했지만, 당내에선 비판 의견이 거셌다. 중도 표를 흡수해야 하는 김 위원장 선거전략에 동의하는 상당수 의원도 “민감한 현안일수록 의원들과 더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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