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 6개월이 지난 서울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에서 신고가 거래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 지역은 규제 이후 한동안 거래가 자취를 감추는 듯했다. 그러나 ‘풍선효과’로 인근 집값이 오르고, 서울 강북과 지방광역시 아파트까지 급등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거래 제한 때문에 상대적으로 못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 여건이 나아질 조짐이 없자 강남 핵심 지역이 규제를 뚫고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지난 6월 23일부터 강남구 대치동과 삼성동, 청담동,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잠실 마이스(MICE), 영동대로 복합개발 등 개발 호재가 겹친 이들 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대지지분 18㎡가 넘는 주택을 구입하려면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전세 보증금을 끼고 사는 ‘갭 투자’도 원천 차단된다.
그러나 토지거래허가제 이후 잠잠하던 대치동에선 지난달부터 신고가 거래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선경’ 전용 136㎡와 전용 127㎡는 각각 39억원과 35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해당 단지는 6월 이후 거래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다가 최근 들어 신고가 거래가 터지고 있다. 대치동 학원가 중심에 있는 ‘대치삼성’ 전용 97㎡도 6월 23억원에서 지난달 1억6000만원 오른 24억6000만원에 매매계약서를 썼다. 이외 ‘동부센트레빌’ ‘대치아이파크’ 등에서 신고가가 나왔다.
매수 문의가 이어지자 호가를 올리거나 거래허가를 받고도 계약을 무르는 매도자들이 나오고 있다. 대치동 A공인 대표는 “다른 지역에서 중대형 평수로 ‘갈아타기’를 하려는 매수 문의가 많다”며 “구청에 낸 매도 허가 신청을 취소하거나 허가를 받고 나서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청담동도 비슷한 분위기다.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119㎡는 지난 3일 27억원 신고가에 손바뀜했다. 잠실동 ‘우성’ 전용 96㎡도 이달 초 19억4500만원에 거래돼 고점을 경신했다. 삼성동 ‘래미안삼성1차’ 전용 106㎡는 지난달 23억원에 거래돼 3년 전 거래가격 14억5000만원보다 한번에 8억5000만원이 뛰었다. 청담동 ‘진흥’ 전용 145㎡도 지난달 신고가(26억7000만원)에 팔렸다.
매수우위지수도 강남권이 강북권을 역전했다. KB부동산 리브온이 조사한 주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강남의 매수우위지수는 104.6으로 강북(103.0)을 넘어섰다. 매수우위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어 200에 가까워질수록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강남은 지난 8월 마지막주(103.4) 이후 13주 만에 기준선을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강북과 지방광역시 집값이 급등하면서 강남권과의 ‘갭(가격차이)’이 줄어들자 다시 매수세가 방향을 틀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남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아파트는 대부분 시세 15억원 이상으로 대출이 나오지 않고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다른 지역의 집을 정리하고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를 하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거래제한으로 가격이 눌려있는 현 상황을 매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세난으로 촉발된 서울 외곽 상승세가 강남으로까지 번졌다”며 “강남의 상승은 서울은 물론 전국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가 된다”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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