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는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내년 신용카드 사용액이 올해보다 일정 비율 이상 많으면 추가로 소득공제를 해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전염병으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는 보험상품도 개발한다.
장기주식투자 세제 혜택 극구 반대하던 정부, 찬성으로 급선회한 이유는
정부는 17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주식 장기투자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면 세제지원 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시행 시기와 구체적인 방안은 내년 중 연구용역을 통해 확정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2023년 이후 장기 주식 투자자에 대한 세금감면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정부는 지난 7월 '2020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금융 및 주식 관련 세금 체계를 바꿨다. 한 달 전인 6월에 발표한 '금융세제개편안'에 비해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폭 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3년부터 주식과 펀드 수익 등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신설하되 비과세 기준을 당초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늘렸다. 또 처음엔 양도세를 월별 방식으로 징수키로 했지만 이를 반기, 즉 6개월마다 걷기로 했다. 매달 양도세를 부과하면 투자자들이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비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또한 양도세 기본공제 대상에서 빠졌던 공모 주식형 펀드도 국내 주식투자자와 같이 5000만원까지 기본공제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주식 장기 보유 혜택은 줄 수 없다는 의견을 유지했다. 주식 양도차익이 일정액을 넘으면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도록 하면서 장기 보유 인센티브를 마련하지 않아 단기 투자가 조장될 수 있다는 우려는 외면했다. 정부는 2023년부터 주식 등 양도차익이 3억원 이하면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세금을, 3억원 초과금액에 대해선 27.5%의 세금을 각각 부과할 계획이다.
정부 논리는 간단했다. 2023년부터 적용하려는 주식 양도세율은 3억원 이하 차익과 3억원 초과 차익만 구분하는 2단계 세율이지 일반적인 누진세율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장기투자 혜택을 제공할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장기보유 특례가 경영권이 있는 대주주에게 감면 효과가 집중되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언제부터 얼마나 세금 깎아주나...참고하는 해외 사례는 어디?
정부는 "현재로서 정해진 게 없고 연구 용역을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는 단일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를 제외하면 주식 양도세가 없다. 2023년부터 주식과 편드 등 금융투자소득 5000만원 이상 대한 양도세가 일괄 적용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장기 주식투자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 혜택을 2023년부터 적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정부는 다양한 해외 사례를 살펴본 뒤 국내 상황에 맞는 지를 검토할 방침이다. 미국은 주식 매입 후 1년 내에 매각한 단기자본이득에 대해선 이자·배당 등 다른 소득과 합쳐 합산과세한다. 세율도 일반 소득세율과 동일하게 10.0~39.6%다. 금융소득과 다른 일반 소득을 통합해 세금을 부과하는 한국의 금융소득종합과세와 비슷하다.
미국은 매입 후 1년 이상 지나 매각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선 저율로 분리과세한다. 세율은 개인 소득 규모에 따라 0%, 15%, 20%다.<section dmcf-sid="AzYKfdPBJP">이 때문에 미국은 자본이득을 단기 및 장기 자본이득으로 구분한 뒤 각각 통산한다. 다만 단기순손실 또는 장기순손실이 발생하면 각각 장기소득 또는 단기소득에서 공제해준다. 올해 투자손실을 내년 이후의 이익과 상계해주는 손실 이월제도 기간도 무제한으로 두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궁극적으로 자본손실이 나면 일반소득에서 연 3000달러 한도로 공제해준다.
영국은 이자와 배당 같은 금융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과세하지만 주식 양도차익 같은 자본이득은 분리과세한다. 세율은 금액에 따라 10%, 20%다. 하지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해 주식과 펀드, 채권 등에 투자하면 모든 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준다. 연간 납입한도만 2만파운드(약 3000만원)로 정해져 있을 뿐 비과세 한도도 없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도 1년 이하 단기 양도소득에는 합산 과세 형태로 소득 누진 방식을 적용하고 1년 이상 장기 양도소득은 우대세율을 적용하고 분리과세하는 다른 나라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총급여 7000만원 샐러리맨, 내년 카드결제 20% 늘리면 세금 고작 3만~4만원 줄어
정부는 소비를 늘리기 위해 내년 신용카드 사용액이 올해 대비 일정 수준 이상 늘면 증가분에 대해 추가 소득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기준과 공제율은 올해 카드 사용액이 확정되는 다음달에 결정한다.
현재로선 올해 대비 5% 또는 10% 이상 증가분에 대해 공제를 해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총급여가 7000만원인 샐러리맨이 올해 200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면 37만5000원을 공제받는다. 2000만원에서 카드 공제대상인 총급여의 25%(1750만원)를 뺀 뒤 소득세율인 15%를 적용한 수치다.
내년에 2400만원을 카드로 결제하면 공제액이 20만원 이상 더 늘어난다. 5% 이상 증가분에 대해 공제를 해준다면 공제액이 30만원 증가한 127만5000원이 된다. 5% 이상 증가분에 대한 공제분 없이 올해와 같은 규정이 적용되면 공제액은 97만5000원이다. 세부담 감소액은 13만5000원이며 이 가운데 추가 공제 신설로 인한 감소액은 4만5000원이다.
만약 정부가 10% 이상 증가분에 대해 공제해주면 공제액은 117만5000원이다. 현행 규정보다 20만원 증가했다. 세부담 감소액은 12만원이며 추가 공제에 따른 감소액은 3만원이다.
올해말 종료되는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감면 혜택은 내년 6월까지 연장한다. 감면 한도는 100만원으로 정해져 고급차를 사는 소비자들은 올해 중 구입하는 게 이익이다.
모바일 운전면허증 발급...코로나 보험도 나오나
정부는 일명 '코로나 보험' 개발도 추진한다.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 사회적 안전망을 할 수 있는 상품이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조업중단에 따른 고정비 지출과 수익 상실을 보상하고 여행과 공연 계약 철회로 인한 손실을 보상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보험개발원과 함께 전염병 위험평가 모델을 연구해 코로나 보험을 내놓겠다는 구상이지만 보험사들이 호응할 지가 미지수다. 전례가 없는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으로 인한 손해율을 산정하기 힘들고 설사 나온다 하더라도 보험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모바일 공무원증을 발급한 데 이어 내년엔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내놓을 방침이다.
전세난 해소 방안 중 하나로 건설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각종 세제 혜택을 준다. 건설임대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기준을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늘린다.
리츠와 부동산펀드도 임대사업자로서 재산세 감면을 적용받도록 관련 법을 개정한다. 재산세 감면 기준도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한다. 내년부터 적용될 재산세 인하 기준인 공시가격 6억원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린다. 일각에선 정부가 민간임대사업자를 축소하거나 폐지한 뒤 전월세 공급이 줄자 건설임대와 리츠로 해결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정책도 내놨다. 수출 운반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 선사의 임시선박의 절반을 중소·중견기업에 우선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3.2%로 전망했다. 소비자 물가는 1.1% 증가하고 취업자 수는 15만명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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