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야 지도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대응해 ‘2차 재난지원금(현금)’을 주기로 했다. 1인당 최대 600달러(약 66만원)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지도부는 재난지원금 외에도 연방 실업수당, 임대료 보조, 코로나19 백신 배포 등을 지원하기 위한 총 9000억달러(약 100조원) 규모의 부양책에 거의 합의했다. 지난 수개월간 교착상태에 빠졌던 코로나19 부양책이 이번 주말 의회를 통과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지난 3, 4월 네 차례의 부양책에 투입된 2조8000억달러에 이어 이번 5차 부양책까지 포함하면 미국은 올해 연방정부 예산(4조7900억달러)의 77%에 달하는 3조7000억달러를 코로나19 대처에 투입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언론은 16일(현지시간)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공화당 지도부가 전날 밤늦게까지 9000억달러가량의 코로나19 부양책을 논의해 합의가 가까워졌다고 보도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상원에서 “우리는 특정 타깃을 겨냥한 부양책 타결을 위한 큰 진전을 이뤘다”며 상·하원에서 부양책 통과를 낙관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아직 합의가 이뤄진 건 아니지만 매우 근접했다”고 밝혔다.
부양책엔 지난 3월에 이어 다시 한번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담겼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지원금은 1인당 600~700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CNBC는 일정 소득 이하 미국인이 600달러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내 진보세력을 대변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MSNBC에 출연해 부양책이 통과되면 노동자 가정의 성인과 어린이 1명당 600달러가 지원될 것이라며 “좋은 뉴스”라고 했다.
3월에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은 성인 1인당 최대 1200달러, 어린이 1명당 500달러였다. 샌더스 의원 말대로라면 성인 1인당 지원금은 3월에 비해 반으로 줄지만 어린이 1인당 지원금은 소폭 늘어나는 것이다.
부양책엔 주당 300달러의 연방 실업수당, 임대료 보조, 항공사 지원, 백신 배포비, 중소기업 급여지원 방안(PPP) 등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섰던 주·지방정부 지원과 직장 복귀 직원이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기업, 학교 등의 책임을 면제하는 면책 조항은 이번 합의 대상에서 빠졌다. 합의가 힘든 쟁점 사안은 일단 접어두고 시급한 현안부터 서둘러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대선(11월 3일) 전만 해도 부양책 규모로 민주당은 2조2000억달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1조9000억달러, 공화당은 5000억달러를 고수하면서 협상이 겉돌았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논의는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급속히 재확산하고 민생 우려가 커지면서 부양책 논의도 급물살을 탔다. CNBC는 “의원들이 행동하지 않으면 1200만 명이 크리스마스 이후 연방 실업수당을 잃게 되고 수백만 명 이상이 (임대료를 밀려) 강제 퇴거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부양책은 착수금”이라고 말했다. 일단 연말까지 9000억달러 부양책을 통과시킨 뒤 내년 1월 20일 취임 후 추가로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측은 민주당에 기존 2조2000억달러 요구보다 작은 규모라도 부양책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지도부도 상원 다수당을 좌우할 내년 1월 5일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 전에 부양책을 통과시키는 게 유리하다는 정치적 계산을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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