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사는 외국인들끼리 건네는 조언이다. 10년 이상 일본에 거주한 외국인은 일본에서 사망하면 일본 밖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대해서도 최고 55%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외국계 기업 임원이나 일본 기업에 영입돼 장기근속하는 외국인은 자칫 일본에서 모은 재산뿐 아니라 모국의 자산까지 절반 이상을 일본에 세금으로 낼 수 있다는 공포에 떤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내년에서야 해외 자산을 상속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국제금융도시 육성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용두사미로 끝났다. ‘외국 인재를 불러들이겠다고 내국인을 차별하느냐’는 비난에 세율 인하 약속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대신 상속세를 고치겠다고 했다. 펀드매니저의 성과 연계 보수와 외국인 임원의 보너스를 투자 차익과 기업의 비용으로 인정하는 세제개편안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금융회사와 금융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우대책이라기보다는 황당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규제를 정상화한 것에 가깝다.
그렇다고 한국이 안도할 상황은 아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중국과 홍콩의 지위는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중국 기업이 올해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자금은 700억달러(약 77조원)에 달한다. 세계에서 IPO를 통해 이뤄진 자금조달액의 42%로 30%에 그친 미국을 크게 앞섰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선택받는 거래소’라는 슬로건을 내건 일본의 조달액은 중국의 36분의 1에 불과하다. 홍콩거래소의 시가총액은 올해 초보다 50%가량 증가했다. 뉴욕증권거래소를 보유한 미국 인터컨티넨털거래소(ICE)를 제치고 세계 거래소 가운데 1위에 올랐다.
금융회사가 돈을 버는 수단은 이자수익이나 비이자수익(수수료)이다. 한국에선 금융회사가 이자로 돈을 벌면 사채놀이,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내면 수수료 따먹기라는 비판을 듣는다. 이익을 본국에 가져가려면 과잉 배당한다고 또 공격을 받는다. 글로벌 금융인재들에게 한국은 ‘절대 벌어서는 안 되는 나라(Never Earn in Korea)’인 셈이다.
금융업계에선 문재인 정부 들어 외국계 금융회사의 돈벌이를 죄악시하는 풍조가 더욱 확산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을 그저 필요할 때 팔을 꺾으면 되는 정책수단쯤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절대 죽어서는 안 되는 일본과 절대 벌어서는 안 되는 한국에선 모두 국제금융도시가 나오기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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