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접어들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확산하면서 지구촌은 열린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자국 이기주의가 등장하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고, 영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에 포퓰리즘이 득세하면서 열렸던 문이 다시 닫히고 있다. 국경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장벽을 세우는가 하면 상대를 향한 혐오가 극에 달하고 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은 세계를 ‘닫힌 사회’로 더욱 몰아가고 있다. 열린 사회를 위한 인류의 노력이 엄청난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스웨덴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진보(Progress)》의 저자인 요한 노르베리(Johan Norberg)는 지난 9월 영국에서 출간한 책 《오픈: 인류 진보의 이야기(Open: The Story of Human Progress)》를 통해 다시 한번 열린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기억되는 비극적인 2020년을 극복하고 다시 희망과 번영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키워드가 ‘오픈’이라고 역설한다. 세계인들이 다시 마음을 열고, 가슴을 열고, 시장을 열고, 국경을 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년간 진보의 역사를 종횡무진 누비며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번영과 평화의 비결이 개방성에 있음을 환기시킨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이 책을 “지금 시대에 모두가 읽어야 하는 중요한 책”이라고 추천하며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인간은 초능력이 없을뿐더러 다른 생명체에 비해 별다른 장점이 있지 않다. 새처럼 날지도 못하고, 물고기처럼 헤엄치지도 못한다. 하지만 타고난 부족함을 일찌감치 깨달은 인간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생명체의 우두머리 자리를 차지했다. 인간에게는 인간이 있었다.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통찰력을 나누고,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인간이 지닌 최고의 장점임을 이미 역사를 통해 배웠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와 혁신에 많이 열려 있는 개인과 조직이 더 크게 성공했고, 서로 다른 문화와 경제의 교차로에 있는 국가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신자유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당신이 소유하지 않은 지식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문명”이라고 표현했다.
수렵과 채집 활동을 하던 석기시대부터 지금의 팽팽한 미·중 관계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늘 ‘협력에 대한 열망’과 ‘소유에 대한 욕구’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해왔다.
이 책은 인간의 심리와 본성을 이해하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면서, 왜 우리가 개방성에 종종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 이유를 알려준다. 인류는 결국 열고 나누고 협력했고, 그 결과 우리는 전례 없는 부와 기회의 시대에 살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왜 굳이 공들여 쌓은 탑을 무너뜨리고 다시 닫힌 사회로 회귀하려고 하는가. 이 책은 열린 사회가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치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해준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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