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남편이 나 몰래 회사 여직원과 카풀을 하고 있다"는 사연이 공개됐다.
아내 A 씨의 의심은 며칠 전 출근 준비를 하던 중 남편 B 씨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됐다. 수화기 건너에서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
며칠 전 회사 동료들과 술자리를 갖던 남편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신입사원 C씨와 출근길 카풀을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술자리에서 B 씨와 C 씨의 집이 가깝다는 것을 안 직원들이 카풀을 하라며 제안한 것.
당시 A 씨는 분명하게 "싫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본인 선에서 거절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전화를 건 남편이 밉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카풀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마무리 지었다.
그날 아침 걸려온 전화에 B 씨는 안절부절못했다. 직감적으로 알아챈 A 씨는 "전화한 사람이 C 씨가 맞느냐"고 물었고 남편은 "그렇다"고 답했다. 버스가 없어서 출근을 못했다고 오늘만 태워달라고 했다는 것.
A씨는 "그때 분명히 카풀하는 것 싫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경우냐"고 따졌지만, B 씨는 오히려 적반하장이었다. A씨를 향해 "이기적"이라고 말하고는 그대로 집 밖으로 나갔다.
A씨는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음에도 대꾸도 없이 문을 박차고 나간 남편의 모습에 허탈했다. 그는 "오늘 처음 요청한 거라고 하지만 느낌상 나 모르게 계속 태워주고 있었던 것 같다"며 "아내가 싫다는데 굳이 카풀하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아내 몰래 직장 동료와 카풀을 하다가 들킨 남편의 행동, 이런 행위도 '바람'으로 칠 수 있을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인 이인철 가사 전문 변호사에게 물어봤다.
사례에서 남편은 외도를 한 것일까요? 외도가 아니더라도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일까요?
만약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하면 혼인 파탄의 잘못이 있습니다.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부정행위를 한 것은 민법 제840조의 이혼 사유에도 해당하고 이혼 재판을 할 경우 위자료 사유도 될 수 있습니다. 이혼 사유인 ‘부정행위’는 성관계를 하지 않더라도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거나 애정표현을 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부정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성관계의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도 다른 이성과 데이트를 하거나 신체 접촉을 하거나 은밀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휴대폰 문자나 톡으로 다른 사람과 ‘사랑해’, ‘보고 싶어’ 등의 문자를 주고받은 경우 이혼 사유와 위자료 사유는 될 수 있습니다.
‘부정한 행위’인지의 판단은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해 재판부가 판단합니다.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성과 단순히 동료나 선후배로 친하게 지내는 것 자체가 부정행위가 되거나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남편이 억울하다면 카톡, 문자 등 두 사람 사이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거나 직장동료들이 진술하여 두 사람의 관계가 부적절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면 결백을 밝힐 수 있습니다.
만약 남편이 다른 여성과의 친밀도의 정도가 지나친 경우 예를 들어 스킨십을 하거나 애정 표현을 하거나 할 경우에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아내가 이혼을 결심하였다면 이러한 사유만으로도 충분히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으며 이혼소송을 하면서 배우자와 상간녀에게 동시에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혼을 하지 않고도 상간녀에게만 위자료 청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송을 하려면 반드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 증거가 없으면 아무리 억울해도 재판에서 주장이 인정되지 않고 위자료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려면 그 행위를 안 날로부터 6개월, 그 사유가 있는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소를 제기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상간녀 위자료 소송은 외도 행위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외도 행위가 있었던 시점부터 10년 이내 청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례의 내용만으로는 확실히 외도라고 단정하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이혼소송을 하거나 상간녀 소송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소송을 하려면 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만약 잘못한 사람이 있으면 아직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상대방이 요구할 경우 자신의 모든 메일과 문자, 카톡 등 원하는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길 추천합니다.
아내도 이혼을 할 것이 아니라면 남편의 진심을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편도 오해를 풀고 아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더 이상 하지 않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며 아내도 남편이 노력할 경우 남편을 믿고 더 이상 문제 제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부부는 서로 믿고 이해하기 위해 같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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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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