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들은 ‘우리 식구’ 격인 전속설계사 조직을 탄탄하게 유지하는 데 공을 들여 왔다. 하지만 보험 판매채널이 대리점(GA), 은행(방카슈랑스), 인터넷 등으로 다변화하는 상황에서 전략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생명은 18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판매전문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칭)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신설법인은 한화생명의 100% 자회사로, 회사 내 전속판매 조직을 물적분할로 분사하는 형태로 설립한다.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4월 1일 출범한다. 한화생명의 전속설계사 2만여 명과 임직원 1400여 명(전체 임직원 35%)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로 소속을 옮길 예정이다.
총자본 6500억원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출범과 동시에 업계 1위의 ‘매머드급’ 보험판매회사로 올라서게 된다. 기존 GA 중 설계사가 가장 많은 곳이 약 1만5000명인 만큼 인원 면에서도 월등히 앞선다. 한화생명 상품 외에 비계열사의 손해보험 상품도 함께 팔 계획이다. 한화생명 측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수익 구조를 빠르게 안정화해 연매출 1조원대 보험판매 전문회사로 안착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1일에는 미래에셋생명이 제판분리를 공식 선언했다. 내년 3월 설계사 3300여 명을 기존 GA 자회사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모두 이적시킬 예정이다. 전속설계사와 자체 GA로 나뉘었던 영업조직을 일원화하는 것이다. ‘보험 영업통’으로 소문난 하만덕 전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이 판매조직 대표로 자리를 옮겨 제판분리를 지휘한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몸집을 빠르게 키워 증시에 상장한다는 구상이다. 차승렬 미래에셋생명 채널혁신추진단장은 “미국과 유럽에선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의 분리가 빨라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제판분리가 이뤄지면 보험사 본사는 설계사 조직 관리에선 손을 뗀다. 대신 상품 개발, 자산 운용, 신사업 발굴 등에 집중한다. 영업은 자체 설립한 판매 자회사와 외부 GA 등에 맡긴다. 판매 자회사는 모회사뿐 아니라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두루 팔면서 매출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보험 판매는 ‘인력 확보’가 크게 좌우하는데, 이들 업체가 본사의 검증된 설계사들을 그대로 넘겨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도 특정 업체를 벗어나 다양한 상품을 취사 선택해 판매하는 것이 수입 극대화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보험 판매수수료 제한(초회 월보험료 1200%)이 시행되고, 특수고용직인 보험설계사도 고용보험에 의무 가입하는 등 전반적인 규제가 강화되는 점도 영향을 줬다. 보험사들은 설계사 조직의 동요를 우려해 이런 분석에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
한화생명은 “설계사들에겐 소속 법인이 바뀌는 것 외에 변화가 없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이나 근무조건 변화도 전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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