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다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계단을 거뜬히 오르내린다. 장애물이 앞에 있으면 몸통에 부착된 8개의 카메라를 통해 인지하고 비켜간다. 넘어져도 관절을 유연하게 사용하며 스스로 일어나고, 살아있는 개처럼 웅크려 앉거나 재롱을 부리기도 한다.
지난 17일 현대모터스튜디오고양에 등장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팟’의 능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달 초 8억8000만달러(약 9558억원)에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 스팟을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가격은 한 대당 1억원에 달한다.
국내에는 아직 로봇판매를 허용하는 법 규정이 없어 연구 목적으로만 반입할 수 있지만 외국에서는 누구든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이날 공개한 스팟도 연세대 토목공학과가 연구용으로 장기 렌트한 것이었다.
스팟의 가장 큰 특징은 위에 모듈을 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로봇 팔을 달면 물류로봇으로 변신하고 구급 침대를 올리면 응급구조 활동으로 투입할 수도 있다. 그만큼 스팟의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스팟을 자율주행차와 접목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고정밀 지도(HD맵)이 필수적인데, 기존에는 HD맵을 만들기 위해 사람이나 차량이 들어가기 어려운 지역에 카메라가 달린 RC카(무선 조종 자동차)를 투입했다. 하지만 RC카는 방지턱을 넘기 힘들고 장애물을 스스로 피할 수가 없어 한계가 있었다. 현대차는 이 지역에 3차원(3D) 스캐너를 탑재한 스팟을 투입해 좀 더 정교한 HD맵을 만들기로 했다. 스팟은 이미 롯데건설의 공사 현장에 시범 투입된 바 있다.
최첨단 인지 및 제어 기술도 갖추고 있다. 장애물, 급경사, 계단 등 각종 외부변수를 실시간으로 탐지해 안정된 자세를 유지한다. 조종자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스팟은 뒤로 걷거나 한쪽 발로 뜀뛰기를 하는 등 다양한 동작도 선보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보유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물구나무 서기, 공중제비 같은 고난도 동작 등에서 스팟보다 제어능력이 뛰어나 활용 폭이 넓다는 설명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도 현대차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김준명 현대차 기술PR팀 팀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여러 인수자 가운데 현대차를 선택한 것은 제조기업으로서의 양산능력을 자사의 기술력과 결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라며 “로봇 기술을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 팩토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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