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일상에 단비처럼 스미는 혁신…780만이 내려받은 '손 안의 자산관리사'

입력 2020-12-18 16:58   수정 2020-12-19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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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땅에 단비를 뿌리듯 평범한 일상 속 혁신을 만들어보자.”

2012년 6명의 청년이 창업을 위해 의기투합하면서 했던 다짐이다. 이들은 꾸준히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창업할 만한 아이템을 구상했다. 그러다가 신용카드 혜택 데이터에 눈이 꽂혔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런 혜택을 한눈에 보여주는 서비스가 없었다. ‘이거다’ 싶었다. 청년들은 그해 6월 법인을 설립했다. 사명을 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마다 얘기한 게 ‘일상 속 단비와 같은 서비스’였다. 게다가 창업 관련 미팅을 할 때마다 유독 비가 많이 왔다. 이들은 ‘비’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레이니스트’라는 이름이 나왔다.

레이니스트는 궁극적으로 ‘마르지 않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토대로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소비자들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회사’를 의미한다.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사진)를 비롯한 초기 창업자들은 금융소비자가 누리고 있는 서비스가 가뭄처럼 말라 있다고 봤고, 그 땅에 자신들이 빗물이 되길 바랐다.

레이니스트 초창기 멤버들은 서울 공덕동에 작은 숙소를 마련해 하루 16시간씩 국내 신용카드 혜택 데이터를 하나하나 찾아 모으는 작업을 했다. 2300 종류의 데이터를 모은 뒤 다시 수작업으로 소비패턴과 고객 수요에 따라 분류했다.

2014년 8월 개인의 소비정보를 입력하면 최적의 신용카드를 추천해주는 검색엔진을 선보였다.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이듬해 19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여세를 몰아 기존 서비스를 개선한 핀테크 앱을 잇따라 출시했다. 그러나 그 이상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새롭게 출시한 앱은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소비·금융정보를 입력하고, 수시로 이를 업데이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김 대표는 “상상 이상으로 소비자들이 불편한 걸 싫어한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기존의 핀테크 앱을 뒤집기로 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생각했다. 이때 주목한 것이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 추천서비스였다. 대형 금융사들이 저마다 계열사 상품을 집중적으로 팔다 보니 소비자들의 선택이 제한받는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이 틈새를 파고들기로 했다. 작은 금융사 상품부터 큰 금융사 상품까지 모두 추천받을 수 있는 앱을 내놓기로 했다.

2017년 6월 국내 첫 데이터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 ‘뱅크샐러드’의 탄생이었다. 뱅크샐러드는 ‘복잡한 금융상품을 재밌게 버무린다’는 뜻을 담았다. 어려운 금융 정보와 상품을 한데 모아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일련의 과정을 샐러드를 버무리듯 신선하게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뱅크샐러드만의 레시피로 즐겁고 맛있는 금융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의지도 배어 있다.

김 대표의 의지는 2017년부터 빛을 발했다. 특별한 회원가입 절차 없이 앱을 실행하고 지문인식을 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보유 자산 현황과 소비·결제·신용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점이 2030세대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앱에 이미 고객의 자산 현황이 기록돼 있어 간단한 터치만으로 적합한 카드와 보험, 대출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도록 한 점도 매력이다.

현재 뱅크샐러드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780만 건이다. 6명으로 출발한 회사는 240명의 임직원을 둔 대형 핀테크 기업이 됐다. 지난해 유치한 시리즈C 규모는 450억원에 달한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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