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시세 15억원(공시가격 9억원)이 넘는 고가 표준단독주택(이하 표준주택)의 공시가격을 집중적으로 올려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주택은 개별주택 공시가격 산정의 기준이 된다. 이에 따라 고가 단독주택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내년 50% 가까이 오르게 됐다. 서울 핵심 지역에서 ‘똘똘한 한 채’에 해당하는 단독주택을 보유한 집주인들의 세 부담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자치구인 동작구가 대표적이다. 동작구 상도동 단독주택(대지면적 229㎡)의 공시가격은 올해 8억5700만원에서 내년 10억6300만원으로 24% 올랐다. 서울 전체 상승률(10.13%)의 두 배가 훌쩍 넘는다. 동작구 흑석동의 한 다가구주택은 올해 13억6400만원에서 내년 16억540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21.3% 상승했다. 흑석뉴타운 등의 개발사업이 공시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공시가격 9억원 이상 표준주택의 상승률이 20%를 넘는 곳은 다른 구에도 있었다.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단독주택은 올해 공시가격이 12억2900만원이었으나 내년에는 14억9900만원으로 22.0% 높아졌다.
고급 단독주택 밀집지역인 한남·방배동에서는 공시가격이 20억원을 넘는 초고가 표준주택의 상승폭이 컸다. 한남동의 한 단독주택(578㎡)은 공시가격이 올해 63억71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2% 오르는 데 그쳤지만 내년에는 71억4900만원으로 12% 뛴다. 방배동의 한 다가구주택(325㎡)은 내년 공시가격이 26억3800만원으로 올해(23억3000만원)보다 13% 올랐다. 이 주택의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은 4%에 그쳤다.
내년 시세 15억원 이상 표준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11.58%에 달한다. 이어 9억~15억원 미만 9.67%, 9억원 미만이 4.60%를 기록했다. 시세 9억원 미만의 상승률은 올해(3.03%)보다 1.57%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친 반면 15억원 이상은 올해(6.39%) 대비 5.19%포인트 높아졌다.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 인상폭을 높인 셈이다.
반면 중저가 주택의 보유세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도봉구 쌍문동 다가구주택(166㎡)의 경우 공시가격이 올해 4억원에서 내년 4억2700만원으로 7% 오르고, 보유세는 82만원에서 89만원으로 8.67%(7만원) 상승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현금 수입이 늘어나는 게 아닌데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세 부담이 너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공시가격은 보유세 외 증여세와 건강보험료, 개발부담금 등 60개 분야에서 기준 지표로 활용된다. 우병탁 팀장은 “정부가 로드맵을 통해 공시가격을 계속 높이겠다는 방침이어서 세 부담도 매년 늘어날 것”이라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1주택자들의 이의신청이 잇따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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