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고는 부산교육청이 5년마다 시행하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 점수인 70점에 못 미치는 종합점수 54.5점을 받아 지난해 자사고 지정이 취소됐다. 해운대고 측은 5년간의 학교 운영이 모두 끝난 시점인 2018년 12월 31일이 돼서야 부산교육청이 평가지표를 공표했기 때문에 관련 절차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감사 지적 사례’ 항목은 감점이 12점이나 되지만 이를 만회할 지표가 없어 교육청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자사고 지정 및 취소는 국가 교육정책과 해당 지역의 실정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일부 평가기준·지표 신설은 원고(해운대고)가 미리 예측하기 어려운 것임에도 피고(부산교육청)가 적용해 원고는 2019년 평가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을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대 감점을 2014년 3점에서 2019년 12점으로 확대한 것 역시 2018년 12월 31일이 돼서야 원고에게 통보했다”며 “피고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판결이 정부의 ‘자사고 일괄 폐지 정책’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교육부는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법원이 자사고 손을 들어줄 경우 그에 따른 여론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수도권 자사고·외국어고들이 교육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해 헌법소원도 제기한 만큼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사고들은 해운대고 승소에 즉각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철경 자사고교장연합회장(서울 대광고 교장)은 “해운대고는 서울지역 자사고보다 운영성과 평가에서 더 낮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1심 재판에서 승소했다”며 “같은 법리를 적용한다면 서울 자사고들도 승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해운대고 측도 “법원의 판단은 사필귀정”이라며 “2024년까지는 입학생 선발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부산교육청은 법원 판결문을 분석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태웅/남정민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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