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88만원짜리 '가정용 커피머신'…비싼 값 할까? [배성수의 다다IT선]

입력 2020-12-19 07:00   수정 2020-12-19 09:3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포장만 가능해진 카페도 그 중 하나일텐데요.

그래서 집이나 사무실에서 직접 커피를 타 마실 수 있는 '홈카페' 문화 확산에 따라 커피 머신 수요가 최근 크게 늘고 있습니다. 홈카페에 뛰어드는 소비자들은 커피를 좋아하지만 매번 포장을 하거나 배달시키기에는 부담이기에 아예 커피 머신을 구매하는 편을 선택한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얘기입니다.


커피머신은 크게 반자동 방식과 전자동으로 구분됩니다. 두 방식의 차이점은 에스프레소 추출 방식에 있는데요. 에스프레소를 만들려면 크게 커피 그라인딩(분쇄)→커피가루의 도징(필터에 커피를 담는 행위) 및 레빌링(필터에 담은 원두가루를 평평하게 맞추는 것)→탬핑(분쇄된 커피를 다지는 행위)→커피 추출 등의 과정을 거칩니다.

전자동 방식은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기계가 모두 자동으로 해주는 게 특징입니다. 원두와 물 등 재료만 넣어주면 편하게 커피를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분쇄와 탬핑 등을 직접 하는 소위 '손맛'이 안 들어가기 때문에 커피 맛이 머신의 성능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따라서 전자동 제품을 선택할 땐 추출기 보일러 그라인더 워터펌프 등이 한 데 합쳐진 머신이 내려주는 커피 맛이 얼마나 좋은 지와 함께, 얼마나 위생적으로 오래 관리할 수 있는 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이번에 써본 커피머신은 전자동 제품으로 널리 알려진 '유라ENA8'입니다. 커피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다소 생소하시겠지만, 창립 90주년을 앞둔 스위스 업체 유라는 프리미엄 전자동 커피머신 회사 중 세계 1위 기업입니다. 국내에는 편의점 GS25에서 파는 1회용 커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유라ENA8은 우선 크지 않은 크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가로 20cm, 세로 40cm, 높이 32cm로 폭이 좁고 긴 형태를 갖춰 가구 배치에 용이하다는 느낌입니다. 버튼 터치 방식으로 구동되는 인터페이스와 컵 크기에 맞춰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수출구, 대략 1.2L의 대용량 물통 등도 눈에 띕니다.


커피를 내리기 위해선 그라인더에 커피 원두를 넣고 옆에 비치된 물통에 물을 채우고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면 됩니다. 유라ENA8은 에스프레소부터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라떼 마키아토, 플랫화이트 등 총 10가지 메뉴를 제공합니다. 우유가 들어가는 라떼 종류는 수출구 옆에 연결구에 호스를 꽂아 우유를 넣을 수 있습니다.

커피머신 선택 시 가장 중요한 게 커피 맛이겠죠. 저는 커피 관련 전문가는 아니지만 하루에 3잔 이상 마실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는데요. 유라ENA8이 내려준 아메리카노는 아메리카노만의 특징이, 라떼는 라떼만의 특징을 잘 살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카푸치노 등에 들어가는 뜨거운 우유 거품은 부드럽고 깔끔해 마치 시중 카페에서 파는 커피와 별반 다를 게 없었습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맛 평가를 해봐도 대부분 호평이 잇따랐습니다. 특히 개인 선호에 따라 원두 맛을 최대 10단계로 조절해 커피 농도를 바꿀 수 있고, 온도 조절도 가능해 '나에게 맞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었습니다. 원두 커피 뿐만 아니라 분말 가루를 통한 디카페인 커피 등 추출도 가능했습니다.

커피 추출 전 필요한 물의 양을 정확하게 계산한 후, 최적의 간격으로 분쇄된 커피에 물을 고르게 분사하는 '안개 분사 추출', 분쇄 속도를 2배 빠르게 하고 아로마 손실은 줄인 '저소음 아로마 G3 그라인더', '사전 뜸뜰이기 기능' 등 여러 기술이 한 데 모여 뛰어난 커피의 맛을 구현할 수 있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값비싼 제품인 만큼 위생 관리에도 신경을 쓴 모습입니다. 제품을 작동시키고, 끌 때마다 고온의 물이 자동으로 세척을 진행합니다. 커피 가루는 치우기 편하게 제품 하단에 모여집니다. 다만 커피 가루와 일정량의 물이 쌓여 하단 판은 자주 닦아줘야 합니다.

가격은 288만원입니다. 원두 값과 필터 교체 등 여러 유지 비용까지 고려하면 낮은 가격은 아니지만 1000만원에 달하는 다른 유라의 제품들을 대비 저렴한 축에 속합니다. 그래도 여타 전자동 커피머신에 비해 고가이기 때문에 커피를 가볍게 즐기려는 분들보다는 커피 애호가 혹은 직장 내 비치하기에 알맞는 제품이라는 느낌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커피머신 수입액은 6280만달러(약 738억원) 수준이었으나 2018년 3억890만달러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8년 사이 5배가량 시장이 큰 것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집콕' 영향에 더욱 가파르게 컸다는 분석입니다.

2000년부터 한국에 진출한 유라는 프리미엄 가정용 시장부터 오피스 시장을 차례로 공략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로 캡슐 커피부터 스틱 커피, 원두 커피 등을 실내에서 섭취하려는 이른바 홈카페족이 점차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가정용 전자동 커피머신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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