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잘 섬기는 결단을 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한 방송에 출연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끝에 '2개월 정직' 징계를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공직자는 국민이 어떻게 판단하고 평가하는지를 엄중히 생각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총리는 '결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윤 총장의 자진 사퇴를 에둘러 촉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앞서 정 총리는 청와대 주례 오찬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 사퇴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추 장관의 사의 표명 후 윤 총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민주당 의원 42명이 소속된 민주평화국민연대가 "윤 총장은 검찰 개혁의 과정에서 검찰총장으로서 직분을 망각하고 개혁에 저항하며 권력을 남용했다"며 "윤 총장은 검찰 개혁을 막아서는 문지기 역할을 내려놓고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원장을 맡은 홍익표 의원은 윤 총장이 사퇴하지 않는 것을 두고 "찌질해 보일 수 있다"라고까지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사랑하는 검찰 조직을 위해서 결단할 때는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서 처음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은 "윤 총장이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남은 것은 자진 사퇴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법적으로 윤 총장을 '자를'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검찰총장은 징계 처분을 받지 않는 이상 임기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윤 총장에게 '해임'이나 '면직'이 아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결국 윤 총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걸 여권에서는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 총장이 사퇴를 마음먹더라도 간단치 않다. 국가공무원법 제78조의4에 따르면 공무원은 비위 관련 형사 사건으로 기소되거나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는 경우 퇴직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이 징계를 회피하기 위해 퇴직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윤 총장은 현재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법무부가 지난달 26일 판사 불법 사찰과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윤 총장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서울고검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총장이 사표를 내더라도 정직 상태라 국가공무원법상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할 수도 없다"며 "윤 총장에 대해 수사 의뢰를 해놓고 자진 사퇴하라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초법적 요구"라고 꼬집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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