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영국 미국 등에 이어 유럽연합(EU)이 이달 말 중 회원국 동시 백신 접종 계획을 내놔 연내 약 30개국이 백신 접종국 명단에 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이달 말 사용 승인해 대규모 접종을 시행할 계획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옥스퍼드대가 오는 21일 임상시험 최종 자료를 제출하면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오는 28~29일께 사용승인을 내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이 나오면 내년 1월 첫째주부터 축구경기장, 경마장, 전시회장 등에서 대규모 백신 접종을 벌일 계획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영국이 지난 8일 접종을 시작한 미국 화이자의 백신보다 저렴하고 유통이 용이해 대량 접종이 쉽기 때문이다.
텔레그래프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화이자 백신과 달리 일반 냉장고에 저장할 수 있는 등 유통과 접종이 더 쉬워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영국 당국이 사용을 승인하면 아스트라제네카 공급 계약을 체결한 다른 나라에도 신뢰를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르면 21일부터 모더나 백신 접종에 나선다. 지난 18일 세계 최초로 모더나 백신에 대해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백악관 주도로 코로나19 백신 보급을 총괄하는 ‘초고속(워프) 작전’팀은 배송기업 페덱스와 UPS 등을 통해 모더나 백신 유통·배포에 돌입했다.
미국은 지난 14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해 대대적인 백신 접종 홍보를 벌이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제롬 애덤스 미국 공중보건국장 등이 백신을 맞는 장면을 TV로 생중계했고, 일부 지자체는 백신을 맞는 이에게 지원금을 주는 안을 내놨다. 미국은 연내 2000만회 접종분을 각 주 정부에 할당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이르면 27일 백신 접종에 돌입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7~29일에 EU 전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지난 17일 밝혔다. EU 백신 허가 당국인 유럽의약품청(EMA)은 21일 화이자 백신 승인을 결정하는 회의를 연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은 오는 27일부터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19일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백신을 홍보하기 위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최초 접종자로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7일, 캐나다는 지난 14일부터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도 백신 접종 채비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내년 2월 접종 개시를 목표로 화이자 백신의 특별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 NHK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화이자가 백신 사용 특례승인을 신청한 당일 지방자치단체에 이같은 백신 접종 계획안을 전달했다. 의료진을 최우선순위로 내년 2~3월 백신을 공급하고, 이후 고령자와 기저질환 보유자 등에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일본 의회는 지난 2일엔 코로나19 백신을 전국민 대상으로 무료 접종하는 예방접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백신 관련 예산만 6700억엔(약 7조12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시노팜과 시노백 등 자국 제약사가 개발한 백신을 대규모로 접종할 계획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내년 2월11일 시작하는 중국 설 명절연휴 춘제를 앞두고 의료진과 경찰, 세관관리자 등 5000만명에게 시노팜과 시노벡 백신을 맞힐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두 백신은 각각 중국 정부로부터 긴급 사용허가를 받았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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