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뜻의 ‘아시타비’(我是他非)였다. 다수의 응답자는 아사타비의 사례로 검찰개혁을 둘러싼 ‘추·윤 사태’를 꼽았다.
교수신문은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아시타비가 588표(32.4%·2개씩 선정)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아시타비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한문으로 옮긴 신조어로, 올 한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한 이중 잣대가 이번 설문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후안무치 396표(21.8%), 격화소양 304표(16.7%), 첩첩산중 231표(12.7%), 천학지어 148표(8.1%), 중구삭금 145표(8%) 순이었다.
1,2위를 차지한 아시타비(我是他非)와 후안무치(厚?無?)는 ‘뻔뻔한 정치적 태도’라는 테마로 묶인다. 부끄러움을 잊은 정치가 남 탓하기 시비 다툼에 세상을 가둬버렸다는 비판이다.
다수 응답자가 그 사례로 검찰개혁을 둘러싼 ‘추·윤 갈등’을 꼽았다. 지난 1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한 이래 1년간 ‘검언유착 의혹’, ‘검사 접대 의혹’ 등이 터져 나왔고, 이어 두 차례 수사지휘권 발동과 헌정 사상 첫 검찰총장 징계(정직 2개월)가 있었다. 여권과 검찰 사이 갈등이 막바지로 치닫는 국면이다. 진영의 골이 깊어지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아시타비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서로를 상스럽게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 싸움만 무성할 뿐 협업해서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도 “여야, 진보와 보수,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사이는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을 두고서도 사회 도처에서 ‘내로남불 사태’가 불거졌다”고 했다.
설문에 응한 교수들은 “조국에 이어 추미애, 윤석열 기사로 한 해를 도배했는데 골자는 ‘나는 깨끗하고 정당하다’는 것” 등의 평을 했다고 교수신문은 전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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