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주도…광장, M&A·구조조정서 두각

입력 2020-12-20 18:13   수정 2020-12-21 09:54

로펌업계에도 힘든 한 해였다. 코로나19로 연초부터 기업들의 사업 계획 및 경영 활동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에 자문과 송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들도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이 요구됐다. 대내외적으로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도 국내 주요 로펌은 조직의 체질 개선 및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섰다.

김앤장은 ‘COVID-19 법률자문팀’을 새롭게 꾸렸다. 인사·노무부터 수급 차질, 계약 취소 등 코로나 사태로 발생한 기업 피해에 전방위적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팀이다. 올해 거둔 의미 있는 판결로는 국세청이 룩셈부르크 역외펀드인 ‘시카브’ 자금을 맡은 은행들에 1600억원대 과세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 이를 취소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선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단과 불기소’ 결정 등을 이끌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광장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수조원대 자문 건을 많이 맡았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사, 한앤코의 대한항공 기내식·기내판매 사업 인수 등 자문을 수행하며 기업 인수합병(M&A) 및 구조조정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도산·회생 관련 팀을 3개로 늘리는 등 관련 업무를 대폭 강화했다.

태평양은 기업공개(IPO) 부문에서 눈부신 활약을 거뒀다. 올해 하반기는 ‘공모주 열풍’이 거셌는데, 국내 증권시장에서 이목을 끈 주요 공모주 관련 자문을 대거 태평양이 맡았다. SK바이오팜 상장뿐 아니라 소마젠,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교촌에프앤비 등 주요 공모주 자문을 독점했다. 6년여에 걸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관련 소송에선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을 대리해 1조원대 법인세 환급소송에서 대법 판결까지 승소를 이끌었다.

율촌은 올해 인재 영입에 공을 들였다. 핀테크 업무와 관련해 쿠팡 법무부사장 출신인 이준희 변호사(사법연수원 29기)가 합류했고, 국회에서 공정거래와 독점규제 관련 법안을 구상했던 손금주 전 국민의당 국회의원(사법연수원 30기)도 다시 돌아왔다.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한 것도 성과다. 올해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인수, 산업은행의 인도네시아 티파파이낸스 인수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인도네시아 금융회사 M&A’ 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였다.

세종은 팬데믹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싱크탱크를 강화했다. 지난 6월 ‘국제통상법센터’라는 부설 연구기관을 신설해 코로나 사태로 급변한 국제통상 환경 분석·대응 역량을 키웠다. ‘대한민국 1호 통상변호사’ 김두식 대표변호사를 포함해 신각수(전 주일대사), 김준동(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고문 등 20여 명의 통상·무역·관세 전문가가 참여했다. 국내 로펌 최초로 ‘로봇’을 도입하기도 했다. 계약서 비교와 문서 처리, 사건정보 검색 등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로봇 비서가 대신 수행해준다.

화우는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전’의 중심에 서며 주목받았다. 산업은행의 한진칼 자본 참여부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거래까지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전반적인 법률 자문을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 소송에서도 한진칼의 승리를 이끌어내 아시아나 항공 인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게 업계 평가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대비해 허영범 전 부산경찰청장을 영입했다.

지평은 부동산 실물거래 분야에서 인지도가 높은 법무법인 넥서스의 부동산금융 전문변호사 12명(이준혁 전 넥서스 대표변호사 포함)을 영입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센터, 디지털경제그룹, 그린뉴딜TF, 내부조사팀, 인권경영팀 등 신규 팀을 대거 발족했다. 기업은행의 미얀마 현지 은행 라이선스 취득 자문, 유안타증권이 주관하는 캄보디아 현지 은행(ACLEDA)의 거래소 상장 자문, 산업은행의 5300억원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문을 맡기도 했다.

바른은 예멘 광구 사업권을 둘러싼 소송에서 한국석유공사를 대리해 올해 대법원 최종 승소를 이끌어냈다. 해당 광구 운영권 일부를 매입한 현대중공업과 한화가 “한국석유공사가 최저생산량을 보장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낸 것이다. 불확실한 자원개발 특성을 인정한 첫 판례라는 의미가 있다. 골프장 M&A시장에선 레이크힐스용인 등 6개 이상의 골프장이 바른이 주도한 인수합병을 통해 새 주인을 찾았다.

동인은 3000억원대 코카인 밀반입 혐의로 구속기소된 외국선원에 대해 무죄(대전고등법원) 판정을 이끌어 낸 점이 주목된다. 레미콘 아스콘 전문업체의 공장증설을 불허한 제천시를 대리해 승소하기도 했다. 소속 이완규 변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리해 총장 징계처분 취소 등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안효주/문혜정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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