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대선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만은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선주자급인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도전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이 예상했던 보궐선거 구도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安, ‘부동산’ ‘방역 실패’ 문제 공략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결자해지의 각오와 서울의 진정한 혁신을 다짐하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며 “야권 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당 안팎에서 많은 분들이 서울시장 출마를 요청했지만, 저는 다음 대선에서 중도실용 정치로 합리적 변화와 개혁을 실현하고자 했다”며 “그러나 지금의 암울한 현실을 바꾸려면 정권교체 외엔 어떤 답도 없고, 서울시장 선거 승리가 그 교두보라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부인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안 대표는 그러면서 부동산 문제와 정부의 방역 실패를 강조했다. 그는 “이 정권에는 국민 주거 안정이라는 주택정책의 원칙 자체가 없었다”며 “주거 사다리를 완전히 걷어차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양극화 지옥의 터널로 전 국민을 내몰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 대표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일전에 올겨울엔 대규모 확산 사태가 일어날 것이고, 올해 말 정도 백신이 나올 것으로 예측되니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코로나19 백신을 구하지도 못해 놓고 자신들의 무능을 감추기 위해 4400만 명분을 이미 계약한 것처럼 국민을 속이는 행태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생각해본 적도 없고, 생각할 계획도 없다”며 출마를 강하게 부인해온 안 대표가 마음을 바꾼 것은 명분과 실리 두 측면에서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대선을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서울시장을 거친다면 그 이후에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할 것이란 주장이 안 대표의 출마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세금 문제, 방역 실패 논란 등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서울 민심이 악화하고 있다는 판단과 지금까지 거론된 여야 서울시장 후보군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나 정치적 체급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평가 등도 안 대표의 마음을 돌리는 데 일조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보수 야권 단일화가 변수
안 대표의 출마로 내년 보궐선거에서 보수 야권의 최대 변수는 ‘후보 단일화’가 됐다는 평가다. ‘통합 경선’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 ‘각당 경선 후 막판 후보 단일화’ 등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날 안 대표는 구체적인 단일화 방안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통합 경선과 관련해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공정경쟁만 된다면 어떤 방식도 좋다”며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강구해 보겠다”고 했다.심각한 인물난에 빠져 있던 국민의힘은 대선주자급 인물인 안 대표 출마에 일단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단일화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정진석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은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환영한다”며 “문(文) 정권 폭주를 저지하고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향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안 대표 역시 당연히 국민의힘과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출마했을 것이고, 우리 당 내부에서도 반드시 민주당에 승리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안 대표와의 제휴를 주장하는 의견이 다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통합 경선이 바람직하겠지만 상황에 따라 공관위가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고 현재의 경선 룰도 경우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성상훈/좌동욱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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