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반해 아직 백신 확보는 물론 접종 시기조차 불분명한 한국에서는 정부·여당이 사과는커녕 야권을 향해 “정쟁화하지 말라”며 오히려 큰소리친다. 여당 원내대표는 “야당의 백신 정쟁화가 도를 넘고 있다. K방역 성과를 깎아내리고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사회 혼란을 조장해선 안 된다”고 비난했다. 물론 ‘백신 접종 스케줄을 내년 재·보선 등 정치 일정에 맞추고 있다’는 따위의 음모론은 곤란하다. 하지만 세계 30여 개국이 이르면 연내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마당에 한국은 아직 그 어떤 백신의 접종 계획도 확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난 주말 정부가 백신 확보 계획을 밝혔지만 “4400만 명분 확보를 추진한다”던 지난 8일 발표 내용과 달라진 게 없다. 계약이 마무리된 곳은 백신 효과가 70% 정도로 낮고 아직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1000만 명분)이 유일한데, 이마저도 구체적 도입 시기는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선(先)구매 협상을 했지만 물량이 없고 안전성 관련 자료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주요국이 7월 이전에 백신 선구매를 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는 늦었다는 얘기다. 정세균 총리도 어제 “7월에는 국내 확진자 수가 적어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시인했다.
정부·여당은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다. 코로나와의 전투는 ‘방역’에서 ‘백신’으로 양상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 K방역 성과에 집착해 핑계만 늘어놓다가 자칫 ‘접종 후진국’이 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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