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강화한다. 새 비전에는 ‘클린(clean)’이란 단어를 명시해 경영 전반에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환경 분야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원유 정제시설, 석유화학 설비 등에서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로드맵을 수립하고 주기적으로 성과를 측정할 계획이다.
전국에 산재한 에쓰오일 주유소는 전기차, 수소차 플랫폼으로 활용된다. 정부의 전기차, 수소차 보급 정책에 발맞춰 에쓰오일도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지역에선 수소차 충전소 설치를 위한 사업성 검토에 들어갔다. 전기차 배터리 리사이클링, 연료전지 사업 계획 및 전략도 조만간 내놓는다. 후세인 알 카티니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신사업 분야에선 전략적 검토를 지속하고 성장 기회를 모색해 비전 2030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년 전망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단기적으로 유가가 상승할 수 있지만, 세계 각국이 저탄소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기름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많다.
에쓰오일이 내놓은 해법은 ‘밸류체인 수직 계열화’를 통한 사업 확장이다. 이미 2018년 약 5조원을 들여 울산에 석유화학 단지를 짓고 화학 기업으로의 변신에 시동을 걸었다. 부가가치가 낮은 벙커C유를 활용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과 이를 원료로 한 폴리프로필렌 등을 생산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화학 전문기업처럼 나프타분해설비(NCC)까지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나프타-기초유분-응용소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비전 발표에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담기지 않았다. 경쟁사들이 자동차 배터리 등 신사업에서 속속 성과를 내자 에쓰오일이 다급하게 비전을 내놓은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선언적 의미가 크고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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