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1위 에쓰오일 "석유화학 생산 두배로 늘린다"

입력 2020-12-20 17:52   수정 2020-12-21 02:30

에쓰오일이 2030년까지 석유화학 제품 생산능력을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또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고, 에쓰오일 주유소를 활용해 수소 충전소를 짓는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적극 확대하기로 했다. 에쓰오일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비전 2030’을 20일 발표했다. ‘최고의 경쟁력과 창의성을 갖춘 친환경 에너지 화학 기업’을 새 비전으로 제시했다.

주유소를 전기차·수소차 플랫폼으로
비전의 핵심은 정유에 치우친 사업 구조를 화학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에쓰오일 전체 제품 생산에서 석유화학 비중을 현재 약 12%에서 2030년 25%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약 7조원을 투입해 대규모 나프타 분해 시설을 건설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 프로젝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비전 발표를 통해 사업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강화한다. 새 비전에는 ‘클린(clean)’이란 단어를 명시해 경영 전반에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환경 분야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원유 정제시설, 석유화학 설비 등에서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로드맵을 수립하고 주기적으로 성과를 측정할 계획이다.

전국에 산재한 에쓰오일 주유소는 전기차, 수소차 플랫폼으로 활용된다. 정부의 전기차, 수소차 보급 정책에 발맞춰 에쓰오일도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지역에선 수소차 충전소 설치를 위한 사업성 검토에 들어갔다. 전기차 배터리 리사이클링, 연료전지 사업 계획 및 전략도 조만간 내놓는다. 후세인 알 카티니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신사업 분야에선 전략적 검토를 지속하고 성장 기회를 모색해 비전 2030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유 일변도 사업구조 다각화
에쓰오일의 10년 장기 비전 발표는 정유사업 위기 극복을 위한 대전환의 첫걸음이다. 에쓰오일은 올 들어 3분기까지 1조1808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유, 휘발유, 항공유 등의 수요가 급감하고 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진 영향이다. 창사 이래 처음 희망퇴직까지 받을 정도로 경영상황이 악화됐다.

내년 전망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단기적으로 유가가 상승할 수 있지만, 세계 각국이 저탄소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기름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많다.

에쓰오일이 내놓은 해법은 ‘밸류체인 수직 계열화’를 통한 사업 확장이다. 이미 2018년 약 5조원을 들여 울산에 석유화학 단지를 짓고 화학 기업으로의 변신에 시동을 걸었다. 부가가치가 낮은 벙커C유를 활용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과 이를 원료로 한 폴리프로필렌 등을 생산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화학 전문기업처럼 나프타분해설비(NCC)까지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나프타-기초유분-응용소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비전 발표에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담기지 않았다. 경쟁사들이 자동차 배터리 등 신사업에서 속속 성과를 내자 에쓰오일이 다급하게 비전을 내놓은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선언적 의미가 크고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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