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이 차관은 변호사 신분이던 지난달 밤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택시 기사의 멱살을 잡았다. 당시 택시 기사는 술에 취한 채 차에서 잠들어 있던 이 차관을 깨우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한 경우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제5조 등을 따르지 않고 형법상 단순 폭행죄를 적용했다. 단순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이 택시 기사는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고, 경찰은 해당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2017년 헌법재판소가 “공중의 교통안전을 해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적인 운행 의사 없이 자동차를 주·정차한 경우는 운전 중이 아니다”는 결정을 내린 것에 따라 내사종결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당시 이 차관과 택시 기사의 상황을 ‘운전 중’으로 볼 수 있는지, 이후 운전자에게 계속적인 운행 의사는 없었는지 여부에 특가법 적용이 달려 있다고 본다. 특가법이 적용되면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폭행죄가 적용된다.
지난 3일 헌재는 “여객의 승하차를 위해 일시 정차한 때가 요금 시비 등으로 다툼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주행 중’인 경우와 위험성이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잠시 멈춰 있던 이 차관의 택시도 운행 중인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택시 기사가 추가로 운행할 의지가 있었다면 특가법 적용 대상이 된다.
반면 한 현직 검사는 “이 차관 사건은 목적지에 다 도착한 뒤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시정차’가 아니라 ‘운행 종료’ 상태에서 벌어진 폭행이라 단순 폭행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정민/이인혁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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