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조정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고 증권사들이 일제히 발표했다. 단기 급등에 따라 가격 부담이 높아진데다 원·달러 환율도 반등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거리두기 3단계가 내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올해 만큼은 ‘산타랠리’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증권사들은 코스피에 단기 과열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삼성증권 등 6개 증권사가 이같은 내용을 담을 보고서를 발표했다. 증권사들은 코스피가 내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핵심 근거는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연중 최저점을 찍고 반등을 시작했는데, 그 이후부터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2조7000억원을 팔아치웠다. 이날도 원·달러 환율은 0.29%오른 1102.7에 마감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2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에 변화가 임박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강세론자들도 단기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코스피 3000을 가장 먼저 언급했던 이효석 SK증권 투자전력팀장은 코스피가 이번주 조정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2700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고 하락 위험이 구간”이라고 밝혔다.
이효석 팀장은 최근 발표된 호재를 매도 사인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의회가 9000억달러 규모의 5차 경기 부양책에 합의한 것에 대해 “뉴스에 팔아라(Sell on News)”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테슬라가 S&P500 주수에 편입된 것에 대해 “변동성이 높은 테슬라의 편입은 지수의 변동성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팀장은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글로벌 코로나19 팬데믹이 진행 중이고, 주요국 경제지표들은 11월 이후 둔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시 등 수도권에서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서명된 것도 이같은 현상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은 그동안 외국인 매수세가 적었던 금융, 유틸리티, 에너지 섹터에 주목하라는 의견을 내놨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주가 수익률이 아직 마이너스권인 미디어, 호텔·레저, 은행, 소매·유통, 조선에 주목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 업종 안에서 내년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HSD엔진, 이마트, JYP엔터테인먼트 등을 관심 종목으로 제시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기간 조정’을 거친후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백신과 재정부양 모멘텀을 고려하면 외국인의 매수세가 경기민감주와 가치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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