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대는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자신만의 의류 취향이 분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옷 저 옷 비교하고 브랜드를 따지기보단 취향에 맞는 옷을 콕 집어 고르는 것을 좋아한다. 스마트폰 앱에서 어떤 색상 및 디자인의 옷을 검색하고 선택했는지를 보면 취향 파악이 가능하다.
의류 전문 플랫폼 스타트업 브랜디는 여기에 착안해 인공지능(AI) 기반 수요예측 기술을 플랫폼에 적용해 호평을 얻고 있다. 브랜디는 단순히 옷을 사고파는 플랫폼이 아니라 유통 서비스를 정보기술(IT)로 발전시키는 회사라는 게 서정민 브랜디 대표(사진)의 설명이다.
서 대표는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예측 정확도가 높아지는데 브랜디 출범 4년차인 올해는 98%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대문 도매상에게 사들인 옷은 나흘 정도 지나면 재고가 소진된다”고 했다. 브랜디는 언제 어떤 옷이 잘 팔리는지 분석해 동대문에서 옷을 사입한 뒤 물류창고에 보관한다. 이렇게 사들인 옷 100벌 중 98벌이 나흘 내 팔려나간다는 설명이다.
업계 최초로 도입한 ‘하루배송’ 서비스는 수요예측 기술과 함께 브랜디 성장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신선식품업계의 빠른 배송을 의류로 확장한 개념이다. 소비자가 주문한 옷을 반나절 안에 받아보는 서비스다. 지난 5월 시범적으로 선보인 뒤 반응이 좋아 10월 공식 서비스에 나섰다. 서 대표는 “상품 개수와 최소 금액 제한 없이 무료로 빠른 배송을 제공하면서 거래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했다. 브랜디 거래액은 2018년 936억원에서 2019년 1576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약 3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 덕분에 지난해 379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8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전망이다.
하루배송은 시작 7개월여 만에 이미 대상 상품 수가 10만 개로 불어났다. 빠른 성장이 가능했던 배경 중 하나로는 국내 최초로 개발한 ‘머신 러닝 기반 스마트 물류 솔루션’이 꼽힌다. 통합 빅데이터를 통해 재고 및 상품 관리를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기술이다. 브랜디가 2018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연구개발 지원금 5억원을 받아 개발에 성공했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중소기업의 신기술·신제품 개발과 제품·공정혁신 등에 필요한 기술 개발 비용을 지원하는 식으로 경쟁력 향상을 돕고 있다.
서 대표는 “국내에서만 판매되는 동대문의 좋은 옷을 해외까지 유통하는 게 목표”라며 “동대문표 K패션의 세계화를 위해 서비스를 진화시켜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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