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지방에 행사가 있어 방문한 적이 있다. 여러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데 어떤 사람이 소파에 앉아서 거만하게 인사를 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일어나서 명함을 주고받거나 악수를 하는데 그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나보다 연상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래서 가볍게 인사를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때 옆에 있던 사람이 나를 소개하면서 나이를 말하자 그제야 깜짝 놀라며 자세를 조금 고쳤던 기억이 난다. 그 사람은 대학교수를 지내고 학장까지 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나중에 들었다.
누구나 무례한 사람과는 함께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남에게 무례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언제 어디서든 예를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예는 변하지 않는 것도 있고 변하는 것도 있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 예이기도 하다. 내 위치와 내가 있는 장소에 따라서 적절한 예를 실행해야 하는 것이다. 상대가 나이가 많다고 공경하는 자세를 취하고 어리다고 해서 거만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예를 잘 알지 못했을 때는 타인을 공경하는 마음과 정성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대한다면 무례하다는 말을 듣지 않는다. 설령 언어가 소통되지 않는 나라에 가서도 공경과 정성스러운 마음은 서로를 통하게 만들 것이다.
선진국의 문화적 우수성은 자신의 전통을 잘 보전하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우리는 저급한 서양문화를 수입하면서 모방에 충실할 뿐 진실로 그 본질을 알지 못한다. 그 결과 자신의 전통을 무시하고 쉽게 버리는 것을 자랑처럼 여기게 됐고, 전통을 지키려는 집단을 보수집단으로 치부하고 말았다. 더 가관인 것은 스스로 무례하면서도 그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는 우리가 매일 출입하는 문과 같아서 반드시 경유해야 하는 것이다. 완성된 인간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예의를 갖추지 않고는 방 안에 있는 사람이나 문밖에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없다. 설령 만난다고 해도 좋은 만남을 이룰 수 없다. 지식과 기능을 중시하는 현대인에게 인간으로서 자격을 부여하는 마지막 방점 역할을 하는 것이 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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