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없는 회복·가계빚 부실이 '뇌관'될 수도"

입력 2020-12-21 17:19   수정 2020-12-22 03:01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율은 고소득층보다 4~5배 큰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의 생산 감소율은 대기업의 2배를 웃돌았다. 코로나19 충격이 저소득층과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한 고리’에 집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은 코로나 충격에서 회복하는 과정에도 개인과 기업별로 극명하게 나뉘는 이른바 ‘K자형 회복 현상’이 나타나면서 가계부채의 부실화, 고용 없는 회복 등이 현실화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저소득층·중소기업 ‘직격탄’
한은은 21일 ‘코로나19 위기 이후 성장 불균형 평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위기가 취약계층과 서비스업, 신흥국 등에 영구적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우선 코로나 사태로 저소득층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지면서 소득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소득 1분위 가구(하위 20%)는 근로·사업 소득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2% 줄었다. 반면 4∼5분위(상위 40%) 가구는 3.6∼4.4%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율이 고소득층보다 4~5배 큰 것이다.

3분기 기준으로도 1분위 가구 소득은 작년 동기보다 10.4% 줄며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4~5분위 가구 소득은 지난해 수준을 회복했다.

기업도 규모가 작을수록 코로나19 피해가 컸다. 올 2분기 중소기업 생산은 업종별로 전년 동기 대비 4.6~10.2% 감소했다. 반면 대기업은 같은 기간 1.9~3.7% 줄었다. 중소기업 생산 감소율이 대기업의 2배를 웃돌았다.
소비절벽 장기화 우려도
한은은 이 같은 ‘불균형’이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대면서비스업이 가장 큰 타격을 보면서 한국이 고용 없는 회복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평균 소비성향(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소득층이 벌이가 시원치 않은 만큼 씀씀이를 줄일 것이라고도 봤다.

한은은 최근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 전반이 실물경제 흐름에 비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사태로 가계 살림살이가 나빠진 상황에서 자산 가격마저 폭락하면 가계부채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박창현 한은 조사국 과장은 “중장기적으로 소득계층별 양극화가 굳어지는 등 경제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성장잠재력도 약화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충격에 취약한 계층에 정책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흥국 타격 더 커
양극화 현상은 국가별로 비교할 때도 나타났다. ‘재정 곳간’이 빈약한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더 깊은 침체에 빠진 것으로 분석됐다.

예컨대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전망에서 신흥국(중국 제외)의 2020~2021년 누적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0월 전망 때보다 10%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선진국 전망치를 5.5%포인트 낮춘 것에 비해 하향 조정폭이 배에 육박한다.

산업구조적 측면에선 정보기술(IT) 산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나라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했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디지털 제품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중국, 싱가포르, 대만, 한국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는 9월 제조업생산지수가 105~146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필리핀 몰도바 등 관광산업·원자재 수출을 주력으로 삼은 국가들의 회복세는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한은은 “코로나 확산으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교역·관광이 위축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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