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 범야권 연립정부’ 구성을 제안했다. 자신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면 서울시 집행부를 범야권 인사들이 참여하는 연립 정부로 구성해 정권 교체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입당 요구에 선을 긋는 동시에 야권 통합을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이란 해석이다.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을 두고 보수 야권 내 본격적인 ‘샅바 싸움’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연립정부를 통해 야권의 유능함을 보여주고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놓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범야권 단일화 후보로 승리한다면 선거 이후에도 보수야권과 반문(반문재인)연대라는 야권 통합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국민의힘에 공개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범야권 인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야권 혁신 플랫폼’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서울시 연립정부를 2022년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범야권 플랫폼으로 구상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그는 “선거 승리를 향한 과정 하나하나가 험난할 것”이라면서도 “‘더불어민주당에 서울시를 다시 맡길 것인가, 문재인 정부 시즌2를 원하는가’를 생각하면 범야권이 뭐든지 결단할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 야권 단일화 방법론을 두고 여러 주장이 쏟아지겠지만, 후보 경쟁력을 감안하면 결국 자신에게 힘이 모일 것이란 관측과 의지가 담긴 발언이다.
하지만 입당 후 경선은 안 대표 측에서 꺼리고 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입당 후 경선 참여 주장에 대해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당 이태규 의원도 “(국민의힘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관점도 있다고 본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국민의힘 경선관리위원회가 정한 경선룰은 당원 투표 비율이 20%로 정해져 있어 외부 인사인 안 대표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빅텐트’를 치고 범야권의 모든 후보가 동시에 경쟁하는 야권 통합 경선도 언급되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들과 안 대표,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등이 경선에 참여해 한 번에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원샷 경선)이다. 다만 이 방식은 경선룰을 두고 후보 간 아귀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100% 시민경선으로 정해질 경우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출마를 준비 중인 김선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섣불리 원샷 경선판을 벌이면 그저 ‘이름값 경선’으로 흐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회의에서 안 대표의 출마에 대해 “야권 후보 중 한 명”이라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야권이 어떻게든 연대·통합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대권 주자로서의 안 대표는 평가절하할 수 있어도 서울시장 후보로는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다음달쯤 가면 구체적인 단일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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