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GM은 올 1~11월에 31만908대를 생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3% 감소했다. 르노삼성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생산한 차량은 10만9258대로, 1년 전보다 28.3% 줄었다. 생산량이 19.6% 감소한 쌍용차까지 합하면 중견 3사의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20% 쪼그라들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9%대의 한 자릿수 감소율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올초 ‘셧다운(일시 생산중단)’을 단행하긴 했지만 한국GM과 르노삼성은 트레일블레이저, XM3 등 신차를 출시하면서 내수를 회복했다. 문제는 수출에서 발생했다. 두 회사의 노동조합이 임금협상안을 두고 파업을 반복하면서 본사의 신뢰를 잃었고, 배정받은 수출물량이 사라졌다. 추가 확보도 불투명하다. 한국GM은 2만5000대, 르노삼성은 1만 대 가까이 생산 차질을 빚었다.
업계에서는 이들 외국계 완성차업체 대주주인 해외 본사가 한국을 생산기지로 더 이상 유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미국 GM의 고위임원은 “노조 파업이 계속되면 더 이상 한국GM에 투자할 수 없다”고 철수 가능성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유럽 본사로부터 XM3 수출 물량을 따내면서 기사회생했던 르노삼성도 이제는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사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상반기만 해도 한국 지사가 우수한 방역으로 대규모 생산 차질을 막아 본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었지만 노조 파업이 지속되면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며 “수출 물량을 늘리지 못하면 내년은 올해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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