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미 제조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침체에서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 3~7월 악화했던 실적은 급속히 호전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특정 상품 시장이 줄곧 강세를 유지해온 덕분이다.
항공, 레스토랑, 호텔 등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는 제조업체는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종이 제품, 개인 보호장비 및 청소용품업체 등은 코로나19 직후부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장 가동이 뒤따르지 못할 정도가 됐다. 공구점과 공조설비업체도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여행하지 않고 외식을 줄이면서 남은 돈을 주택 개선에 쓰고 있다. 유가 하락은 경기침체를 나타내는 지표지만 목재 가격 상승은 경기호조를 보여준다. 이렇게 업종별로 다른 경기 상황을 보이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둘째, 공급망의 국내화(온쇼어링)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공급망 리스크를 둘러싼 우려가 있었다. 이 같은 우려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공급망이 폐쇄되면서 거의 공황 상태로까지 확대됐다. 병원 전용 개인보호장비(PPE) 부족 등은 표면화하고 있던 공급망 문제를 일깨운 자극제가 됐을지도 모른다. 필수 부품을 찾기 어려웠고 희토류 금속은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으며 의약품 공급은 부족했다. 이제 공급망 통합에 불편을 느끼지 않으면서 글로벌화에 실망한 기업들부터 차츰 국내화를 준비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발전과 클라우드 컴퓨팅, 낮은 인공지능(AI) 비용으로 공장은 새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에 이미 투자한 기업은 급여 수준 상승, 종업원 사기 향상, 이직률 저하, 품질관리 향상, 신제품 사이클 단축 등 모든 부차적 이점을 보고하고 있다. 비단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다. 품질에 따라 브랜드가 강화되고 안전과 직무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소비자가 사는 세상을 바꿨다. 이제 제조기업이 세계를 바꾸고 있다. 팬데믹에는 좋은 점이 거의 없지만 미국 제조업의 긍정적인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이처럼 전망이 기대되는 것은 오랜만이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스콧 데이비스 멜리우스리서치 CEO가 쓴 ‘U.S. Manufacturing: Why 2020 Was the Bottom of a Long Decline’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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