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社 비용 부담 커져…배달료 인상 소비자가 떠안을 수도

입력 2020-12-21 17:36   수정 2020-12-22 03:19

정부가 플랫폼 종사자 보호대책을 내놓은 것은 플랫폼산업이 커지면서 관련 인력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그렇지 않아도 디지털 경제로 이동하고 있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산업이 팽창하면서 정부가 모른척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플랫폼 종사자는 배달기사, 퀵서비스기사, 대리기사, 가사도우미, 통역 및 번역사들처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 제공을 주문받고 용역을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관련업계에선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지만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칫 플랫폼 종사자 과보호로 인해 기업 부담이 커지고 배달 수수료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당장은 22만 플랫폼 종사자 보호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플랫폼을 통해 일거리를 얻은 종사자는 179만 명이었다. 15~64세 취업자의 7.4%에 해당한다. 이 중 플랫폼이 일을 배정하는 등 업무의 핵심 역할을 하는 배달 앱 기사 등은 22만3000명이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택배회사 종사자처럼 오프라인 플랫폼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개별 법률로 보호하고 있었다”며 “이번엔 사각지대에 있는 디지털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법률을 통해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업으로 하여금 수수료 지급 기준을 명시한 표준계약서를 작성토록 할 방침이다. 배달 앱의 경우 현재 플랫폼 기업과 배달대행업체 사이에만 이용계약이 존재하고 기사와 대행업체 간에는 계약조차 없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표준계약서가 도입되면 배달대행업체는 반드시 배달기사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계약 당사자, 수수료 등이 명시되고 배달 순서를 배정하는 알고리즘 등 정보 공개와 관련된 사항도 계약 내용에 포함될 예정이다.

배달업 인증제와 등록제도 추진된다. 공정거래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에 따라 추진 중인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 과정에서 요건을 갖춘 업체만 배달대행업체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는 누구나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플랫폼 종사자는 자유롭게 단체를 설립해 기업과 대화할 수 있게 된다. 요건을 충족할 경우 노동조합 설립도 가능하다. 플랫폼 종사자에게 퇴직금을 주기 위한 공제회 설립 지원, 이륜차 표준 공임제 도입, 각종 보험료 부담 인하 등도 추진키로 했다.
소비자에게 부담 전가될 것
정부는 이날 대책에서 전국민 고용·산재보험에 플랫폼 종사자를 포함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용보험은 이달 초 예술인에게 적용된 데 이어 내년 7월부터 대리기사 등 14개 특수고용직 종사자로 확대될 예정인데, 이를 단계적으로 전 플랫폼 종사자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종사자와 플랫폼업체는 보험료를 내고, 종사자는 실업급여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경영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고용보험 가입 확대를 위해 ‘전속성’ 요건 폐지를 추진 중이다. 현행법에는 업종별로 비율의 차이는 있지만 주로 하나의 사업장에 노무를 제공하는 특고 종사자만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경영계 관계자는 “노사정이 제대로 협의하지 못한 특고 종사자의 전속성 요건 폐지를 플랫폼 보호 대책에 슬쩍 끼워 놓았다”고 지적했다.

보험료와 각종 규제 비용 등 기업의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플랫폼 기업과 종사자 부담분 이외에 결국 소비자들이 내는 배달료도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양한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해 면밀한 고려가 필요한데 코로나19 여파로 성급하게 추진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단체가 배제되고 소비자의 의견은 무시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종석 전문위원/강진규 기자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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