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조정은 1시간으로 끝났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입력 2020-12-22 08:05   수정 2020-12-22 09:13




21일(미 현지시간) 뉴욕 증시 개장 전 상황은 대규모 조정장이 시작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영국이 감염률이 기존보다 70%나 높은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지난 주말 런던 등을 완전 봉쇄하기로 하고,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이 영국과의 통로를 차단하면서 유럽 증시는 2% 안팎 폭락했습니다. 백신 보급에 따른 경제 회복을 믿어온 투자자들은 변종 바이러스 출현에 우려에 휩싸였습니다.



이에 뉴욕 증시 개장 전 다우 선물 등도 한 때 600포인트까지 급락하는 등 출렁였습니다. 안전자산인 금값은 한 때 온스당 1900달러 선을 회복하고 달러 가치는 강세로 돌아섰습니다(브렉시트 관련 협상이 막힌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그리고 유가는 최대 5% 폭락했습니다.

그동안 조정을 경고해온 피터 시프 등 월가 비관론자들은 "올게 왔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동안 뉴욕 증시가 너무 달아올랐던 건 사실이니까요. 월가의 기술적 분석이나 투자심리 지표에서 극단까지 올라있는 상태입니다.



개장하자마자 다우는 한 때 423포인트 급락해 예상된 조정이 시작되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도 한 때 31.46까지 치솟아 11월 초 이후 최고치에 달했습니다.

S&P 500 지수에 이날 첫 편입된 테슬라는 6% 이상 급락해 S&P 500 지수를 끌어내렸습니다. 로이터가 애플이 2024년을 목표로 전기차 제조에 나선다는 보도도 부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테슬라 편입에 따른 S&P 500 지수 내 다른 주식들이 매각 물량도 나왔습니다. 연말 차익실현 매물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혹시 내년에 민주당 정권이 자본소득세를 올린다면 지금 주식을 팔고 낮은 세율에 따라 세금을 내는 게 유리합니다.

마침내 재정 부양책이 양당 합의에 이르러 이날 의회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었지만 '뉴스에 팔아라'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9000억 달러 규모로 지난 10월 추진했던 것보다 적었던 데다, 골드만삭스는 "민주당이 1월5일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에서 2석을 모두 승리하지 못한다면 마지막 코로나 부양책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한 시간 정도 밖에 가지 못했습니다. 오전 8시 개장한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가 먼저 하락폭을 만회하고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한 때 시간외에서 연 0.887%까지 급락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연 0.946%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오전 10시20분께 뉴욕 증시의 다우 지수도 하락폭을 줄이고 반등에 나섰습니다.



화이자 백신 등이 변종 바이러스를 막는 게 가능하다는 의학 전문가들 분석이 잇따랐습니다. 백신 개발의 기반인 스파이크 단백질까지 달라진 심각한 변종이 아니란 얘기였습니다. 미 정부의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의 최고책임자인 몬세프 슬라위는 CNN에서 "스파이크 단백질 같은 백신과 관련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핵심 속성은 변이를 많이 일으킬 가능성이 작다"며 "현재 승인된 백신들이 변종 바이러스에 효과가 없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습니다. 유럽의약품청(EMA)도 이날 화이자 백신에 대해 긴급 사용승인을 내주면서 이 백신이 변종 바이러스에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이날까지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50만 명을 넘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알렉스 아자르 보건부 장관은 "내년 1월 말이면 5000만 명의 1차 백신 접종이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테슬라의 경우 "6%대 하락은 '하락한 것도 아니다'란 말이 나왔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장 막판 인덱스펀드의 초대형 주문이 몰려 순식간에 6% 폭등한 걸 되돌린 데 불과하다는 겁니다. 실제 이날 테슬라는 6.49% 내린 649.86달러로 마감됐는데, 이는 지난주 목요일 종가 655.90달러와 비슷합니다. 이날 웨드부시는 560→715달러로, JPM증권은 516달러→788달러로 테슬라에 대한 목표주가를 올렸습니다.



부양책에 대해선 모건스탠리는 내년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막아줄 좋은 방책이란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 경제학자는 "(지난 3월 부양책을 포함해) 총 3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부양책은 미국 GDP의 15% 규모로 어떤 국가도 이만한 부양책을 내놓은 곳이 없다. 선진국들만 봐도 통상적 부양책은 대체적으로 미국의 절반 규모에 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다음 정부에서 추가 부양책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JP모간, 골드만삭스 등 금융주들은 3~6%까지 일제히 폭등해 시장을 지지했습니다. 지난 18일 미 중앙은행(Fed)이 금지해온 금융사의 자사주매입을 일부 허용한 덕분입니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이들 은행의 재정 상태가 괜찮은 것으로 평가된 데 따른 것입니다. JP모간은 당일 즉시 300억 달러 자사주매입을 발표했었습니다. 월가에선 내년 1분기 금융사 자사주매입 규모만 11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나이키도 이날 4.91% 급등해 시장을 지켰습니다. 지난 18일 발표한 2분기(9~11월) 실적은 100점 만점이었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112억 달러, 주당순이익(EPS)은 11% 늘어난 0.78달러로 예상을 웃돌았습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매출은 84% 폭증해 코로나19 이후 성장 모멘텀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오후 1시께 다우는 상승세로 전환했습니다. S&P 500 지수와 나스닥도 하락폭을 대폭 줄여 보합권에 진입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12% 상승했고, S&P 500지수는 0.39%, 나스닥은 0.10% 하락한 채 장을 끝냈습니다. 그리고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는 1.2% 안팎 내리는 데 그쳤고, 금값은 하락세로 돌아서 온스당 1800달러 후반으로 다시 복귀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시장이 내려가도록 놔두지 않았다"며 "뉴욕 증시는 대단한 회복력(resilience)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올 들어 증시는 단기에 급등하고 조정도 단기에 끝내는 식으로 빨리빨리 움직였다"면서 "오늘도 S&P 지수가 2%까지 떨어지고 백신이 변종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자 투자자들이 즉시 매수에 나서면서 조정이 끝났다"고 전했습니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지난주(~16일)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 모두 464억 달러가 순유입됐습니다.

이날 CNBC 밀리어네어 서베이에 따르면 최소 백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밀리어네어 투자자 7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내년 S&P 500 지수가 5% 이상 상승한다는 응답자가 70%, 10% 이상 오른다는 사람이 30%였습니다. 또 44%가 내년에 주식을 더 사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다만 "S&P 500 지수를 보면 12월 초 이후 계속 3700선을 테스트하는 분위기"라며 "너무 올랐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은 만큼 당분간 크게 상승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이날 장 막판 다우는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기도 했습니다.

UBS의 마크 헤펠 수석전략가는 "여러 백신의 보급과 재정 부양책, 그리고 계속되는 완화적 통화정책은 2021년에도 증시를 긍정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미 정치권의 재정 부양책 합의는 최근에 부각된 경제의 걸림돌을 하나 치웠고 각국 중앙은행들은 계속해서 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가거나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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