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 사는 전모씨(31)는 최근 민원 업무를 위해 구청에 들렀다가 우연히 벽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과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을 환수하겠다며 구민 20여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공고문을 크게 인쇄해 붙여놨기 때문이다.
이 공고문에는 긴급재난지원금 환수 대상자의 이름(한 글자 제외)과 생년월일, 주소(세부 번지 일부 제외), 구체적인 환수액 등이 담겨있었다. 정보의 일부를 가렸지만 이름은 가운데 한 글자를 제외했고, 주소는 도로명 이상 공개했다.
전씨는 "구청에서 구민들의 개인정보를 이렇게 유출해도 되는 것이냐"며 "전 국민에게 선심 쓰듯이 급하게 지원금을 나눠줄 땐 언제고 공고문까지 붙여가며 과지급된 금액을 환수하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5~8월 전 국민에게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 중 과지급분에 대해 환수에 나서면서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노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환수 사전통지문을 당사자 부재 등의 이유로 전달하지 못한 경우 행정절차법 제14조 제4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와 벽보 등을 통해서 이를 공고하지만 과도한 정보를 노출하고 있어서다.
실제 포털사이트에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환수 사전통지 공시 송달 공고'를 찾아보자 각 지자체가 올려놓은 공고문이 무더기로 검색됐다. 대부분 이름 가운데 한 글자와 주소지의 동호수 일부만 가려진 상태로 개인정보가 노출됐다. 긴급재난지원금을 과지급 받았다는 이유로 지자체가 공개적으로 지원금을 추심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들은 행정절차법에 따른 조치로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문서를 송달받는 자의 주소 등을 확인하기 어렵거나 송달이 불가능한 경우 관보와 공보, 게시판, 일간신문 중 하나와 인터넷에 공고해야 한다. 공고 기간은 15일이다. 이 기간 동안 별다른 의견을 제출하지 않으면,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사전통지문을 등기로 전달하려 했으나 부재 등의 이유로 실패한 경우 벽보와 인터넷 등을 통해 환수 대상자를 안내하고 있다"며 "당사자만 알아볼 수 있는 수준에서 최대한 개인정보를 가려 공고했다"고 해명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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