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중대재해법 위헌 가능성"…과실사고에 살인죄 형량

입력 2020-12-22 15:05   수정 2020-12-22 15:11


중대재해기업처벌법상 기업인에 대한 처벌 형량이 살인죄나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형량과 비슷해 법조계에서도 과잉 처벌이라며 위헌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5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가운데 강은미 정의당 의원안을 제외한 박범계·박주민·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안에는 모두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처벌 조항이 들어 있다. 민주당 의원들 법안엔 근로자 사망사고 발생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한 기업 대표이사나 오너가 위험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지시한 경우 5년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임이자 의원안엔 대표이사와 오너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망사고가 날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법조계에선 보통 징역 몇 년 이하로 ‘상한’을 규정한 대부분의 법 처벌 조항과 달리 ‘하한’을 규정하고 있는 점에서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 법은 ‘상한’을 규정하고 있고 아주 심각한 극소수의 범죄에 대해서만 판사의 재량을 제한하기위해 징역형의 ‘하한’을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징역 5년 이상’이라는 점도 논란거리다. 현행 법 가운데 ‘징역 5년 이상’으로 처벌을 정한 범죄는 형법상 살인죄(사형, 무기 또는 5년이상 징역)와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폭행 또는 성착취물 제작·상영죄(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가 대표적이다. 미성년자 성착취 사건(일명 n번방 사건) 혐의자들에게도 이 법이 적용됐다. 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가 도주한 경우(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와도 같은 처벌 수위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요즘 가석방도 많고, 형량도 짧아져 실질적으로 무기징역이 거의 없기때문에 중대재해에 따른 사업주 처벌수위나 살인죄나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안전 전문가인 이상철 태평양 변호사는 “근로자 사망이 사업주가 의도한 고의 범죄가 아닌 과실 범죄인데도 살인죄에 준하는 고의범으로 추정해 처벌하는 것은 기존 법의 형벌 질서를 어지럽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통상 근로자 사망사고 발생시 노동단체에서 사업주를 상대로 ‘살인죄’로 고발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노동계의 시각이 법안에 고스란히 담긴 것이란 분석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상 처벌 수위는 음주운전 사망 사고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운전 부주의 사망사고에 따른 ‘윤창호법’과 ‘민식이법’의 처벌 수위(특가법상 무기 또는 징역 3년 이상)보다 오히려 높은 상태다. 과실에 따른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 규정으로는 가장 강력한 것이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현행 법 가운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보다 수위가 높은 처벌로는 징역 7년~10년 이상인 직계가족에 대한 존속살해(고유정 사건)과 테러(폭발물 사용), 강도살인 정도 뿐”이라고 설명했다.

설사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위헌 소송이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과거 뺑소니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과도해 위헌 판정이 나와 낮춰진 사례가 있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과잉입법으로 위헌법률 심판제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상철 변호사도 “범죄와 처벌 수위가 비례하지 않아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고, 사업주에 과도한 책임을 물린다는 측면에서 ‘자기 책임의 원칙’을 어겼으며 형벌 상호간 균형의 원칙도 무너진 과잉입법”이라며 “과실범에 대해 이렇게까지 처벌을 강화한 입법례가 역사상 없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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