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들여왔다. 지난주 리셴룽 총리가 밝힌 '전 국민 백신 무료 접종' 목표가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다.
싱가로프 총리 "고대하던 선물 기쁘다"
현지 언론인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 외신은 22일(이하 현지시간)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 1차분을 싣고 지난 20일 벨기에 브뤼셀을 출발한 싱가포르항공 소속 보잉747 화물기가 전날 밤 창이 공항에 도착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언론은 "이 백신은 현재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국가에서 접종을 시작했지만 아시아에 백신 물량이 도착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날 창이공항에는 아시아 지역 첫 화이자 백신 도착을 기념하기 위해 옹예쿵 교통부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 창이공항 고위 인사들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싱가포르 보건당국이 승인한 첫 번째 코로나19 백신이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백신 첫 공급분을 실은 비행기가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고대하던 선물을 받게 돼 기쁘다"며 "백신 접종은 싱가포르인들이 스스로 결정할 일이지만 난 맞기를 권한다"고 밝혔다. 리셴룽 총리는 앞서 다른 백신들도 수개월 내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연내 의료진과 고령자·기저질환자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을 시작으로 내년 3분기까지 전체 인구(약 585만명)에 백신을 접종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조만간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관한 세부 일정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싱가포르에는 화이자 백신 외 다른 백신들도 수개월 내 도착할 예정이다.
'방역모범' 칭찬에도 백신 확보 총력
싱가포르 정부는 그동안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보건 당국은 미국의 다른 제약업체 모더나, 중국의 백신 개발 업체 시노백이 개발한 백신을 포함한 유망한 백신 후보에 대한 선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조기 지불해 10억달러(약 1조900억원) 규모 이상의 예방 접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싱가포르 정부의 이같은 철저한 준비는 올해 겪었던 코로나19 사태에서 교훈을 얻은 결과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올 초만 해도 대만·홍콩과 함께 방역모범국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3월 하순 개학을 강행한 뒤 지역감염 사례가 늘었다.
이어 미얀마, 방글라데시, 인도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 30여만명이 생활하는 기숙사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사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기숙사에서 하루 1000명 이상 신규 확진자가 나오면서 4월에는 동남아 최대 코로나19 환자 발생국이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다.
이후 싱가포르는 외국인 노동자 코로나19 검사를 강화하고 추가 숙소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모임을 억제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억제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에 지난 9월 들어 신규 확진자가 40명대로 떨어졌고 10월 초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6명까지 낮아졌다.
싱가포르는 현재 지역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는 지역감염자 제로(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향후 코로나19 추가 발발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해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사태가 안정세에 들어서고 백신 확보에도 속도가 붙음에 따라 2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조치도 일부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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