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적격자 탈락 못 시키는 청문회라면 할 필요 없다

입력 2020-12-22 17:46   수정 2020-12-2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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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시작된 행정안전부 등 4개 부처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또다시 청문회의 존재 이유를 묻는 시금석이 될 듯싶다. 국회 인사청문회 때마다 부적격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검증과 비판이 이어져도 청와대가 이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어서다. 장관 후보자들도 야당의 추궁과 호통을 하루 이틀만 참으면 된다는 식으로 대응해 제도 자체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 청문회 대상 중에도 부적격 논란이 있는 인물들이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게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다. 변 후보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시절 서울 구의역 전동차 스크린도어 사고 유가족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말을 남기고,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들을 비하하는 막말을 한 것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선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조차 “(변 후보자의) 시대착오적 인식부터 점검하고 퇴출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 후보자는 대학원 동문 특혜채용, 연구용역 수의계약 몰아주기, 법인카드 과다 사용 등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도 내년 재·보궐선거 관리의 주무장관으로서 적정한지에 대한 시비와 함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역시 강원도에 있는 농지 투기 및 배우자 명의 아파트 갭투자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논란이 된 후보자에 대해 “반드시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청문회를 통해 부적격 후보자가 실제 탈락할지는 의문이다. 야당이 반대해 청문보고서 채택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한 게 문재인 정부에서만 11명에 달한다. 모든 국무위원을 청문회 대상으로 확대해 제도화한 것이 노무현 정부인데 그 뒤를 잇는다는 문재인 정부가 이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장관 인사청문회야말로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핵심 견제수단이다. 이를 무시하는 것은 삼권분립이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는 청문회의 검증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가 드러난 후보자는 임명을 포기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다. 만약 이번에도 도덕성과 정책능력에 문제가 큰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밀어붙인다면 정부 불신만 키울 뿐이다. 그럴 바에는 국민의 ‘분통지수’만 높이는 인사청문회를 ‘차라리 없애라’는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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