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올해보다 2만가구 줄어…분양도 '절벽'

입력 2020-12-22 17:37   수정 2020-12-30 15:21


“주택시장 안정의 기본 전제는 충분한 공급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내년 46만 가구 공급’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그동안 시장 안정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게 공급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말하는 공급은 민간 분양 아파트를 늘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공급 확대는 다세대·연립(빌라) 등 비아파트에 임대 위주다. 정부가 내년 공급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시장이 냉소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공급 숫자 맞추기에 급급한 정부 대책은 번지수가 한참 틀렸다는 지적이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급감”
정부가 “2021~2022년 주택 공급(입주 물량)이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11·19 대책’을 통해 임대 물량을 대폭 추가했기 때문이다. 공공 전세주택 1만8000가구와 신축 매입약정 4만4000가구, 상가와 호텔 등 비주택 공실 리모델링 1만3000가구 등 총 7만5000가구가 늘어난다. 이를 통해 당초 42만4000가구였던 내년 입주 물량은 46만 가구로, 44만8000가구였던 2022년 입주는 48만7000가구로 증가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가 물량은 대부분 다세대 등 선호도가 낮은 비아파트 임대주택이다. 신축,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매매·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는 지금의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뜩이나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정부와 조사업체 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4만1000가구 규모의 서울 아파트 입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부동산114는 2만8853가구에 그칠 것으로 봤다. 1만 가구 이상 차이가 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내년에 입주가 확정된 아파트 물량을 조사했다”며 “서울 입주는 올해 4만9860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내년부터 급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내놓는 공급 계획들은 확정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며 “계획이 실행되려면 여러 관문을 넘어야 해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 발표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제로 분양 물량까지 줄어 첩첩산중”
내년에는 아파트 분양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이후 사업성 악화로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 일정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인 ‘올림픽파크에비뉴포레’(총 1만2032가구, 일반분양 4786가구)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인 ‘래미안 원베일리’(총 2990가구, 일반분양 224가구)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선 이 두 단지가 후분양을 하지 않고 내년에 선분양을 하더라도 공급 갈증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종 규제로 다른 눈에 띄는 분양 예정 단지를 찾아보기 힘들어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를 빼면 내년 서울 아파트 분양 물량은 올해보다 많이 줄어들 전망”이라며 “재건축이 꽉 막혀 있기 때문에 특히 강남 등 핵심지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매년 서울에 4만~5만 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돼야 수급을 맞출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집값이 안정적이었던 2003, 2004년에는 매년 7만~8만 가구가 공급됐고, 2008년에도 5만 가구가 풀렸다는 설명이다. 윤지해 수석연구위원은 “서울의 인기 아파트 단지 청약에 6만~10만 명가량이 몰리고 있는 점을 고려해도 5만 가구 이상 공급이 필요하다”고 했다.

4~5년 후 입주 물량을 점쳐볼 수 있는 주택 인허가 실적도 감소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1~10월 기준 4만5625가구로 전년 동기(5만1386가구)보다 5700가구가량 적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 주택공급은 규제하고, 공공 주택공급은 수요자들이 원치 않는 형태로 하는 게 문제”라며 “정부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주택시장 불안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 상황을 안정시키려면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석/정연일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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