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시술을 배우던 17세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30대 전 문신시술소 업주가 피해자의 뒤늦은 신고에도 불구하고 범행 5년 만에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5년 전 사건이어서 물리적 증거가 많지 않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해자다움'의 부족을 빌미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 피의자 변호인 측의 주장을 단호히 배격한 이례적 판결로 이목을 끌었다.
제주지법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모씨(30)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 제한 8년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2015년 4월부터 약 4개월 동안 제주시에서 문신시술소를 운영하던 고씨는 자신에게 문신 시술을 배우던 당시 17세 A양을 두 차례에 걸쳐 추행 또는 성폭행했다.
A양은 당시 성적 정체성 및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미성년자였고, 자신을 위해 문신을 배우게 해준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과 물증이 없어 처벌이 안 될 것이라는 생각, 부모가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고소를 미뤘다.
이후 줄곧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성인이 된 A양은 결국 2019년 8월 아버지의 도움으로 경찰서를 찾아 고씨를 고소했다.
A양의 아버지는 처벌보다 딸의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피고인의 진실한 사과와 반성을 원했지만 한차례 전화통화 이후 아무런 연락이 없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와 담배를 피우다 키스와 약간의 스킨십을 주고받은 사실은 있지만 A양을 추행하거나 강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피해자다움의 부족'을 요지로 A양의 진술의 신빙성을 지적했다.
고씨의 변호인은 △성폭행의 증거를 보관하지 않은 점 △범행 장소에서 태연하게 아이스크림을 먹은 점 △피해 이후에도 시술소에 간 점 △피해자가 머리를 금발로 염색도 하고 화장도 진하게 하는 등 멋을 부리면서 잘 지낸 점 등을 부각시켰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피해자의 '피해자다움'의 부족을 지적하는 것으로 범죄를 경험한 직후 피해자가 보이는 반응과 피해자가 선택하는 대응 방법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제3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특이성과 이례성이 나타난다고 해서 곧바로 그 피해 사실에 관한 진술에 증명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변호인이 지적하는 사정을 들어 피해자가 성폭력 범죄를 당하지 않았음에도 허위 사실을 꾸며낸다거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으려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고, 이에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음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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