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굴삭기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두산그룹과 구속력 있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다.
22일 각 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측은 이르면 23일 MOU를 맺고 본격적인 주식 매매계약서 작성(SPA)을 준비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이 적어낸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가격은 8000억원대 중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과 KDB인베스트먼트 간 지분 비중은 아직 명확히 결정되지 않았다. KDB인베스트먼트 측 관계자는 "계약서 체결 후 펀딩 등을 거쳐 딜 클로징이 될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며 "지분 비중 등은 천천히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매각의 걸림돌로 꼽혀 온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자회사 DICC에 관한 소송전 결과 최대 1조원까지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 가능성이나 승소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 등은 모두 두산중공업 측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두산그룹은 (주)두산 아래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 등으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만 매각하기 위해서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을 가지고 있는 투자회사로 나누고, 사업회사만 판 뒤 투자회사는 두산중공업과 합치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DICC 소송 결과에 따른 부담도 두산밥캣과 함께 중공업에 넘길 수 있다는 게 관련 법조계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이 구속력 있는 MOU를 체결하면 이 계약이 불발될 가능성을 기대해 온 것으로 알려진 GS건설 컨소시엄 등으로서는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GS건설-도미누스 PE 컨소시엄은 앞서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합류했으나, 본입찰에서는 가격을 적어내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GS건설 측이 여전히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로 굴삭기 휠로더 등 건설기계 장비 부문에서 세계 7위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는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7월 출범 후 처음으로 일반 공개경쟁입찰에 참여해 딜을 따냈다. '산업은행의 100% 자회사'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민간 사모펀드(PEF)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실적을 쌓은 것이다. 다만 KDB인베스트먼트가 노렸던 또 다른 매물인 한진중공업 인수전에서는 한국토지신탁의 자회사 동부건설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이날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혔다.
최만수/이상은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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