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사업은 LG전자로선 ‘아픈 손가락’ 중 하나였다. LG전자가 전장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13년이다. 자동차 부품 설계 엔지니어링회사인 V-ENS를 인수한 뒤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자동차부품(VS)사업본부를 설립했지만 실적은 신통찮았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계륵’ 아니냐는 취급까지 받았다.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의 파워트레인 합작법인 설립은 LG전자의 고민을 날려버릴 ‘묘수’로 평가된다. 세계 3위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를 고객사로 끌어들일 수 있어서다. 마그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완성차 업체에도 LG 제품을 판매할 기회가 생긴다. 자동차 부품 분야의 업력 부족에 따른 기술 공백을 메우는 데도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합작법인의 주도권은 LG전자가 쥐게 된다. LG전자가 신설법인 지분의 51%, 마그나가 49%를 보유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전장사업은 수주잔액이 60조원에 달할 만큼 규모를 갖췄지만 짧은 업력 등으로 고객사들과의 협상력 등에 한계가 있었다”며 “마그나와의 결합으로 신생 업체의 약점을 상당 부분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그나도 LG전자와의 합작으로 얻을 게 많다. LG전자는 가전 분야에서 쌓은 대량생산과 공급망 관리 노하우가 상당하다. 발 빠르게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는 노하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LG 계열사들의 탄탄한 전기차 사업 포트폴리오도 마그나가 LG전자를 파트너로 점찍은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글로벌 1위 업체다. LG디스플레이도 벤츠, 캐딜락 등에 차량용 POLED(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공급 중이다. LG이노텍 역시 차량용 LED 램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해온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최근 자사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바이두 역시 직접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바이두 같은 업체들은 이제부터 부품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마그나로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마그나가 애플의 낙점을 받으면 ‘자율주행차 시장의 폭스콘’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우디, BMW 등의 주문을 받아 소형 자동차를 생산할 역량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새로 설립되는 합작법인도 애플의 공급망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LG그룹이 합작법인에 그룹의 자원을 아낌없이 쏟아부을 것이란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전기차 사업에 대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의 애착이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구 회장은 2019년 3월 취임 후 첫 주주총회에서 “전자와 화학, 통신을 3대 축으로 LG의 미래를 준비하겠다”며 “전기차 전지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송형석/이수빈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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