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은 위헌

입력 2020-12-23 17:43   수정 2020-12-24 03:20

박근혜 정부가 특정 정치 성향의 문화예술인 명단을 작성해 불이익을 준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위헌적 공권력 행사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3일 헌재는 서울연극협회 등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은 위헌”이라며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거나 야권(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명단을 만들어 관리하면서 이들을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국정농단 의혹’ 수사 결과,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이 2017년 4월 헌법소원을 냈다. 이윤택 예술감독과 연희단거리패, 서울연극협회,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윤한솔 연출가와 그린피그, 시네마달, 정희성 작가 등이 참여했다.

헌재는 블랙리스트로 인해 해당 문화예술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표현의 자유, 평등권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가가 개인의 정치적 견해에 관한 정보를 수집·보유 및 이용하는 행위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또 “집권 세력의 정책 등에 정치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이 사건의 지원 배제 지시는 법적 근거가 없으며, 그 목적 또한 정부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가진 청구인들을 제재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한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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