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쌀이 더 맛있다?…맛있는 쌀 고르는 법 [임락근의 식스센스]

입력 2020-12-23 10:19   수정 2020-12-24 12:51



▶임락근 기자
여러분들은 어떤 쌀을 드시고 계십니까? 고시히카리? 아키바레? 신동진? 철원 오대쌀? PD님, 무슨 쌀 제일 좋아하세요?

▷고원일 PD
저 햇반이요

▶임락근 기자
요즘 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집밥족이 늘면서 맛있는 밥을 먹겠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건데요. 요즘엔 커피 원두 고르듯 쌀 품종도 골라 먹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우리나라 시중에서 판매되는 쌀의 60% 이상이 혼합미입니다. 말 그대로 여러개의 품종을 섞은 거죠. 품종을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2019년 1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를 보면 단일품종으로 표시된 쌀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쌀의 36.6%에 불과합니다. 이것도 많이 좋아진 겁니다. 2011년에는 26%였으니까요.

경기도 이천쌀을 드신다고요? 경기도 이천쌀이란 품종은 없습니다. 이천은 산지일 뿐이죠. 이천에서도 고시히카리, 아키바레, 알찬미, 해들쌀 등 다양한 품종을 재배히고 있거든요. 당연히 맛도 다 다르겠죠. 많은 쌀 전문가들은 산지보다 품종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그럼 왜 혼합미가 많을까요? 저렴하기 때문이죠. 보통 수확한 지 오래된 묵은쌀을 섞는 경우가 많죠. 혹은 품종이 뭔지도 모를 쌀을 넣기도 하죠. 심지어는 미국산 쌀을 섞기도 합니다.



쌀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집니다. 청와대에서 저번달에 '농업인의 날’을 맞이해서 행사를 열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17년만에 참석했을만큼 청와대에서 신경을 많이 쓴 행사였습니다. 어떤 행사였냐? 전국 8도 쌀 품종을 한데 모아 '대한민국 쌀’이란 걸 만들어서 홈쇼핑으로 파는 거였습니다.

8개 쌀 품종이라고 하면 경기 해들, 강원 오대, 충북 참드림, 충남 삼광, 경북 일품, 경남 영호진미, 전북 신동진, 전남 새일미 같이 전국 각지를 대표하는 귀하고 좋은 쌀들만 모았습니다.

이걸 기획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농업인의 날을 맞아 8도의 대표 쌀을 모아 도정해 하나의 쌀을 만들었다. 진정한 리미티드 에디션 대한민국 '쌀’”이라고 평가했지만, 이게 말이 좀 거창해서 그렇지 이건 그냥 혼합미입니다. 근데 이걸 섞어버린 거에요. 음식평론가 황교익 씨조차 "맛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을 정도죠.




쌀 맛은 다 다릅니다. 쌀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게 있습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단일품종쌀 중 가장 많은 건 아키바레입니다. 26.1%인데요. 그 뒤로 신동진, 오대쌀, 고시히카리, 일품쌀, 히토메보레, 진상, 새청무, 골든퀸3호, 삼광 등의 순입니다.

아키바레는 일본 나고야시가 있는 아이치현에서 개발됐습니다. 한국엔 1960년대에 들어온 걸로 알려져있습니다. 투명도가 높고 윤기 및 찰기가 있어서 밥맛이 뛰어난 걸로 유명합니다. 밥맛이 좋은 쌀로 유명한 경기도 이천쌀은 이 아키바레가 많습니다.

지금이야 다양한 쌀 품종이 개발됐지만 아키바레가 도입될 당시엔 국내 벼농사는 통일벼를 주로 심었기 때문에 비교가 많이 됐습니다. 이 때문에 아키바레는 어르신 분들에겐 맛있는 밥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죠. 한국에선 경기, 충청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습니다.

신동진은 1990년대 농촌진흥청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품종입니다. 부안을 비롯한 전북 지방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는데요. 재배면적 기준으론 한국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쌀이기도 합니다. 쌀알이 굵은 게 포인트인 신동진쌀은 수분함량이 낮아 꼬들꼬들한 식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찰기가 적은 편이죠. 이 때문에 볶음밥이나 덮밥, 리조또 등으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오대쌀은 철원 오대쌀로도 많이 불리죠. 1980년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국산 품종입니다. 신동진과 비슷하게 쌀알은 약간 큰 편이며 밥을 오래도록 보관해도 거의 변화가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무엇보다 찰기가 없고 고슬한 식감을 자랑해서 도시락 용으로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오대쌀은 철원 오대쌀로 많이 불리는 것처럼 강원도 철원 지역에 특화된 품종입니다. 냉해에 강하고 생육 기간이 짧고, 일조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서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추운 지역인 철원지역에 최적화돼 있습니다. 이런 영향 탓인지 찬밥이 돼더라도 맛이 좋은 걸로도 유명합니다. DMZ 근처라 물이 맑고, 그 지역이 현무암 화산층 지대라 물에 마그네슘, 철분 등의 미네랄이 녹아있어 밥맛이 더 좋다고 합니다.

고시히카리는 일본에서 쌀로 가장 유명한 지역인 니가타현에서 개발된 품종입니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품종이기도 합니다. 쌀 자체의 맛이 강하고, 찰기가 강한 게 특징인데요. 맛이 진한 반찬, 다시 말해 고기요리 및 진한 소스로 간을 한 반찬 등의 음식과 잘 어울리지만 볶음밥이나 초밥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히토메보레는 일본어로 첫눈에 반했다라는 뜻의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일본 미야기현에서 고시히카리에 하츠보시라는 품종을 교배해 만들어진 품종입니다. 냉해에 강한 걸로 알려져있고요, 재배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어 일본 혼슈 끝이죠. 아오모리현부터 남쪽 오키나와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윤기와 찰기가 있는 걸로 특징이고요, 맛과 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일본 내에서도 어떤 음식과도 맞는 '올마이티 쌀'이다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단일품종 이외에 쌀의 맛을 결정하는 요인이 뭐가 있을까요? 첫 번째는 단백질 함량입니다. 대량 수확을 위해 질소비료를 많이 쓰면 단백질 함량이 많아지는데요. 단백질이 많을수록 쌀이 딱딱해져서 맛이 없어집니다. 일본쌀들이 맛있는 이유 중 하나로 낮은 단백질 함량이 꼽히기도 합니다. 아직까지 단백질 함유량은 의무로 표시해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모든 쌀에 표시돼있진 않습니다. 현재는 수, 우, 미 이렇게 3등급으로 구분해 표시하도록 권장되고 있는데요. 단백질 함량이 6.0% 이하면 수, 6.1%~7.0%면 우, 7.1% 이상이면 미입니다.

또다른 요인은 바로 완전미 비율입니다. 쉽게 말해 쌀이 깨지지 않게 쌀알의 온전한 모습을 유지한 쌀이 많을수록 맛이 좋습니다. 쌀이 깨지면 밥을 짓는 과정에서 녹말 성분이 밖으로 나와 찐득해져 맛이 없어집니다. 쌀의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이런 완전미 비율이에요. 과거엔 이 부분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부족해 예전엔 아예 검사를 안 하는 ‘미검사’라고 표기된 쌀이 많았는데 2018년부터는 법이 바뀌어 반드시 검사를 해서 표기해야 합니다.

도정일자도 중요하죠. 수확한 지 얼마 안 된 쌀을 갓 도정한 쌀이 맛있습니다. 이른바 햅쌀이죠. 쌀은 신선식품이라고도 합니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상온 보관을 하지만, 쌀 전문가들이 냉장 보관을 권장하는 이유는 이 때문인데요.

이런 부분들도 쌀을 고를 때 체크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획 한국경제 총괄 조성근 디지털라이브부장
진행 임락근 기자 촬영 고원일 PD, 김인별 PD 편집 김인별 PD
제작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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