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원·달러 환율이 약 2년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내년에도 달러 약세가 지속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자재 시장의 성장세도 기대된다. 재정확대 정책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경기가 회복돼 원자재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26일 한경닷컴이 11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경기 회복에 따른 원화 강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며 내년 상반기 중 경기 확장국면 진입이 예상되는데다 코로나19 상황 안정과 백신 공급 확대, 주요국의 추가 재정정책 시행 등이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본재와 중간재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 폭이 확대되면서 원화 강세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내년 연간 환율 밴드는 1080~1130원으로 2분기에 가장 낮고 하반기에 상승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미국 내 경기 부양책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고 내년 바이든 행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도 유지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재정수지 적자 폭도 커지며 달러 약세를 지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의 추세적 하락을 감안할 때 환율의 지지선은 1050원 근방을 예상한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 흐름이 완만한 V자형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달러 약세 환경이 외국인 자금 유입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여기에 기업 실적 개선과 공매도 금지 해제 가능성에 따른 기술적 제약 요건 완화 등이 외국인 자금 유입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투자가들은 달러 약세 기조에 편승해서 신흥국 패시브 펀드로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순매수가 소폭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원자재 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다. 센터장들은 글로벌 경제 회복세와 수요 개선에 따른 물가 반등으로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뎠던 원자재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기로 진입하는 2021년은 통화정책 완화 기조아래 실질금리 통제, 기대 인플레이션 확대 속 자산시장의 인플레이션 헤지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에너지부터 귀금속, 산업금속, 농산물에 이르는 주요 원자재 섹터 전반이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공유하는 점에서 대표 위험자산인 원유와 안전자산인 금 가격 동반 강세가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의 경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셰일오일 개발 규제와 친환경 에너지 투자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해 원유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유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동준·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평균 가격은 배럴당 50.9달러로 올해 평균대비 28.2% 상승할 것"이라며 "경기회복에 따른 원유수요는 회복되는 반면 석유수출기구와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OPEC+) 및 미국 원유생산 감소로 인한 타이트한 수급 밸런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유가는 백신보급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로 수요회복이 진행되는 가운데 OPEC+의 산유량 조절과 미국 셰일 기업들의 더딘 생산회복으로 타이트한 공급이 겹치며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금 가격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내년에도 금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일각에서는 경제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하면서 금 가격이 하락 반전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질금리 상승 제한과 달러 약세는 금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경기 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 유입 증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경기회복·위험선호 확대에도 불구하고 금 가격이 추가 상승 여력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기조와 본원통화 공급 확대, 달러화 약세 연장 등의 영향이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 가격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안전자산 선호가 나타나면서 상승했지만 2021년에는 경제성장률이 플러스 전환하고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태동 리서치센터장도 "코로나19 완전 종식 기대가 높아지는 하반기는 통화정책 기조 전환 경계심이 높아져 상반기 정점이 예상되는 금 가격은 하락 반전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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