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시간이 흐르지만…웜홀 등으로 시간을 거슬러 갈 가능성은 열려 있어

입력 2020-12-28 09:01  


미래로만 흘러가는 시간의 화살은 우주를 이해하는데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다. 사진작가 김아타의 작품 <마오의 초상>은 얼음 조각상이 녹는 과정을 통하여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자연의 엔트로피 법칙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미래로 흘러가는 시간의 화살 속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존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빅뱅 우주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 현대물리학에서 시간은 무엇일까.
분자의 무질서도가 엔트로피
엔트로피는 ‘열은 뜨거운 물체에서 차가운 물체로만 이동한다’는 자연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양이다. 고립된 상황에서 열이 한 방향으로만 이동하는 것을 ‘엔트로피는 절대 감소하지 않는다’는 법칙으로 정량화한 것이다.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 시간의 화살표가 된다. 김아타의 작품 <마오의 초상>에서도 따뜻한 대기에서 차가운 조각상으로 열이 이동하여 얼음이 녹는 과정이 시간의 화살표를 결정한다.

물질이 원자로 구성됐다는 것을 몰랐을 때 과학자들은 ‘열에테르’를 도입하여 열을 설명하였다. 그런데 볼츠만(1844~1906)은 열의 원인이 원자의 요동일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 볼츠만에 의해, 열에테르의 존재는 필요 없고, 엔트로피는 원자들의 무질서도를 나타내는 물리량임이 밝혀진 것이다. 하지만 볼츠만은 원자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많은 과학자의 공격에 괴로워하다가 1906년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원자의 존재는 1905년 아인슈타인의 브라운 운동 논문으로 증명되었고, 이후 볼츠만 이론은 현대물리학의 기초가 된다.

<마오의 초상>에서 얼음이 녹는 과정을 원자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가 모여 물 분자가 된다.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물 분자들이 얼음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현상이 얼음이 녹는 과정이다. 얼음보다 물속에서 분자의 운동이 훨씬 자유로우므로, 얼음이 녹으면 물과 대기를 포함한 세상의 무질서도가 증가한다. 무질서도가 증가하면 엔트로피도 증가한다.
영화 테넷(2020) 속의 시간 역전
최근 개봉된 영화 테넷에는 미래로 가는 주인공과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가는 주인공이 만나는 장면들이 나온다. 과거로 가는 주인공은 엔트로피가 감소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테넷의 가능성은 ‘주위와 분리된,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와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을 구현할 수 있는가’라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예를 들면 과거로 가는 주인공은 엔트로피가 감소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뇌에는 새로운 기억이 계속 저장된다. 기억이 저장되는데도 열이 발생하므로 주인공의 뇌는 주위 엔트로피를 증가시키고 있다.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뇌와 엔트로피가 감소되는 몸의 다른 부분들이 만나는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뇌도 몸의 일부이고, 몸의 근육들은 뇌의 지시를 받고, 뇌에서 발생한 열은 몸의 다른 부분으로 전달되므로….

몸과 분리된 뇌, 주위 환경과 분리된 몸, 다른 세상과 분리된 테넷만의 세상. 그럼에도 서로 소통이 가능한 부분들. 최소한 우리가 살고 있는 4차원 세계에서는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고차원 우주에 살고 있다면
영화는 영화이므로, 테넷의 장면들에 과학적 증명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엔트로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인간은 아기에서 어른이 되면서 더 많은 원자가 모여 몸이 커진다. <마오의 초상>에서 얼음이 녹는 과정과 반대이므로,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의 엔트로피는 감소한다. 하지만 우리가 삶을 유지하는 동안 우리 몸을 유지하기 위하여 많은 음식물을 섭취해 에너지를 소모하고, 이 과정에서 배설물과 열을 발생시켜 전체 우주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

엔트로피와 시간의 화살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분이 아닌 전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모된 에너지와 발생한 열을 생각하면, 비록 영화지만 테넷에서 엔트로피 감소에 의한 시간 역전이 구현된 것도 결국은 우주 엔트로피가 증가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또 다른 차원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 현대물리학은 새로운 차원뿐 아니라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한 웜홀의 존재 가능성까지 열어 두고 있다. 만약 고차원 문명이 웜홀을 왔다 갔다 하면서 우리 세상을 영화처럼 편집한다면 엔트로피와 시간의 화살표는 어떻게 될까. 또 다른 세상을 상상해 본다.
√ 기억해주세요

현대 과학에서 시간을 재는 기준은 빛이다. 세슘-133원자에서 나오는 특정 파장의 빛이 진동하는 횟수를 세어 1초를 정한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에 의해 태양 주위에서 별빛이 휘는 것이 예측되었고 관측으로 확인되었다. 태양에 가까울수록 빛은 많이 휜다. 휘는 정도가 다른 빛으로 시간을 재야 하므로, 태양에 다가갈수록 시간의 흐름이 더 많이 바뀌게 된다. 휘는 정도가 작지만 지구 주위에서도 빛은 휜다. 따라서 지구에서도 높이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 지상의 시간보다 인공위성의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은 실험으로도 확인되었다. 스마트폰의 GPS 프로그램은 이 시간차를 보정해 보다 정확한 위치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현대물리학은 물질에 의한 시간 흐름의 변화를 넘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한 웜홀의 존재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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