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3년 만에 나온 준석(이제훈 분)이 절친인 기훈(최우식 분), 장호(안재홍 분) 등과 한탕을 꿈꾸며 범죄를 계획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 ‘사냥의 시간’. 헬조선을 떠날 자금 마련을 위해 불법 도박장을 털기로 한 것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게리 베커 교수가 설명한 대로 범죄의 기대이익과 기대비용을 따진 결과다. 체포돼 감옥에 가는 위험보다 해외의 한 섬에 가서 여유롭게 살자는 기대가 더 컸기 때문이다.
현실을 몰랐던 준석 일행의 어설픈 불법 도박장 털기 계획도 처음에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바로 이들은 도박장 운영 조직의 킬러로 고용된 ‘한(박해수 분)’의 사냥감이 된다. 총 쏘는 법도 제대로 모르는 20대 청년들이 불법 영업장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털려도 신고할 수 없다’는 사실뿐이었다. 법 밖 세상의 잔혹성과 한에 대해 알 리가 없었다.
만약 한의 존재를 알았다면 준석 일행은 불법 도박장 대신 달러를 보관하고 있는 은행을 털었을 것이다. 그들을 사냥하는 한에게 준석은 “경찰에 자수하고 돈도 다 돌려주겠다”고 절규한다. 범죄 기대비용에 어떤 기대이익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생명의 위협’이 있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러나 그의 영혼은 여전히 ‘지옥’에 있다. 함께 오지 못한 친구들의 모습이 끝없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밤이면 한이 나오는 악몽에 시달린다. 모든 것을 내주고 얻어낸 유토피아에 행복이 있을 수 없다.
결국 준석은 다시 한국으로 향한다. 돌아가는 배 안에서 그는 다짐한다. 한을 다시 찾아갈 것이며, 죽더라도 더는 도망치지 않고 싸우겠다고. 영화 내내 사회의 거대한 폭력으로부터 사냥당하던 청년이 마침내 주체가 돼 우뚝 일어서는 순간이다.
준석의 결말은 비극일지 모른다. 역설적이지만 그 속에는 희망이 있다. 공포와 무력함이 보편화돼 누구나 탈출을 꿈꾸는 사회일지라도, 개인이 남아 각자의 책임을 다해야 무언가 변화가 시작되지 않겠는가.
극장에서 ‘내 집 영화관’으로의 이동은 코로나19로 더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넷째주 주말(23~24일) 영화관 관객은 14만4218명으로 전년 동기(5월 25~26일) 대비 91.7% 감소했다. 지난 2월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되던 초기에 일부 확진자가 영화관을 다녀가 관객이 급감한 뒤 올해 하반기까지도 회복세가 더디다.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 등 OTT는 말 그대로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하지 않고 집에 머무르는 ‘집콕족’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한국인의 넷플릭스 신용카드·체크카드 결제 내역을 집계한 결과 4월 국내 넷플릭스 카드 결제액은 439억원으로 추산됐다. 2016년 한국에 상륙한 뒤 최대다. 3월(362억원)에 비해서도 21.3%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노유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yjroh@hankyung.com
② 불법 취득한 범죄자의 재산을 사적으로 빼앗는 것은 정의의 실현일까, 정도의 차이만 다른 범죄일까.
③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헬조선 탈출’을 꿈꾸는 젊은이가 적지 않은데 대한민국이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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