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범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경영계 의견을 제출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대형 재해 사건이 특정한 노동자 개인의 위법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기업 내 위험관리시스템의 부재, 안전불감 조직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보고 사업주의 책임과 이에 따른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경총은 24일 의견서를 통해 "모든 사고 결과에 대해 필연적으로 경영책임자(법인 대표이사와 이사)와 원청에게 가혹한 중벌을 부과하는 법안"이라며 "헌법과 형법의 기본원칙과 원리를 중대하게 위배하면서까지 국회가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경영책임자 개인을 법규의무 준수 및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과도한 법"이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동일한 범죄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도 처벌대상과 형량을 가중 규정해 위헌 소지가 크다. 양 법률간 중복적용에 따른 혼란이 있을 뿐 아니라 재해 예방 효과도 저하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특별법 성격상 처벌 적용대상 및 구성요건을 매우 엄격히 규정해야 함에도 산안법과 처벌요건이 동일하며, 처벌요건이 동일함에도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하는 과도한 형벌을 규정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또 "경영책임자와 원청의 관리범위를 벗어난 사고에 대해 무조건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은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을 명백히 위배하는 것"이라며 "경영책임자와 원청이 지켜야 할 예방기준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규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내용이 명확해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에 반한다.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는 근대형법상의 기본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처벌 형량과 관련해서도 "과실범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묻는 형법과 비교해 형벌과 제재수준이 지나치게 높아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및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대단히 크다"고 설명했다.
경총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불명확한 의무와 과도한 법정형으로 인해 산재예방 효과 증대보다는 소송 증가에 따른 사회적 혼란만 야기하고, 대부분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중소기업만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는 등 부작용만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예방정책 수준이 외국보다 상당히 뒤떨어져 있는 만큼, 사망사고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이제 영국과 같이 산업안전정책 패러다임을 사전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늘(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응하지 않더라도 법안심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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